달리기 시작한 지 삼 년이 되어간다. 너무 춥거나 비가 심하게 오는 날을 제외하면 늘 달렸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꾸준히 달려왔다. 삼 년 동안 한 번의 발령과 세 번의 이사가 있었다. 덩달아 달리는 장소도 꾸준히 변해왔다. 석촌호수에서 성북천으로, 다시 청계천으로. 달리는 거리와 시간이 늘어났고 다리에도 제법 근육이 붙었다. 삼 년 전과 비교하면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체형이 바뀌었다. 일정한 운동은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하나의 축이 된다.
달리기를 하면 좋은 점 중 하나는 물이 맛있어진다는 사실이다. 마라톤에 관한 책들에 왜 이런 중요한 정보가 실려있지 않은지 이상할 따름이다. 적어도 생수회사에서는 이런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든 유포해서 판촉활동에 써먹을 법도 한데 말이다. 아무튼 간에 달리고 난 뒤의 물 한 잔을 위해 달린다고 해도 좋을 만큼 물 맛이 좋다.
집으로 돌아와 물을 마시며 생각해보니 문득, 나는 왜 계속 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물맛이 좋다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뛰지 않아도 될 이유가 어림잡아 열 배는 많다. 피곤하다. 야근했다. 출근해야 된다. 비가 올 것 같다. 황사가 온다. 졸립다. 발목이 아프다. 등등.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살고 싶지 않은 이유는 산더미지만, 그에 비해 살아야 할 이유는 아주 적다고. 우리는 그저 그 적은 이유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 수밖에 없다고. 취업 면접에도 떨어지고 좋아하던 여자에게 차이고 난 뒤에 할 법한 심사가 배배꼬인 사람의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나는 달릴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린다.
달리지 않아도 될 이유는 많고 달려야 할 이유는 아주 적지만, 나는 그 적은 이유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달릴 수밖에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