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기업 보유현금, 10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어
글로벌기업들이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 기업의 보유현금이 지난해 말 기준 7조 달러(약 7469조원)에 달했다고 22일(현지시간) CNBC가 톰슨로이터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수치라고 톰슨로이터는 전했다.
매출 대비 자본지출은 22년래 최저 수준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세계 주요 기업이 보유한 고정자산과 설비의 연한이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9년에서 최대 14년으로 늘었다고 추정했다. 투자를 꺼리면서 설비교체가 늦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증시는 지난해 20% 이상의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경기회복세에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런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은 미래에 투자하는 대신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고 CNBC는 꼬집었다. 고령화 가속화 등으로 인해 헬스케어 등 복지 부문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력도 기업들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는 이유라고 CNBC는 덧붙였다.
기업들이 지난해 일부 현금을 배당금이나 자사주매입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인수ㆍ합병(M&A)에도 썼지만 이는 여전히 과거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가총액 대비 M&A 금액 비율은 2002년보다 낮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이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기업들이 더 많은 현금을 자본지출에 투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케이스 스케오크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현금을 투자에 쓰느냐가 올해 글로벌 경기회복을 좌우할 것”이라며 “그러나 기업의 투자를 끌어올리려면 정책적인 배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만이 세계경제포럼(WEF)을 앞두고 준비한 ‘2014년 글로벌 리스크’에 따르면 기업들은 의료보험 비용 부담 증대 위기에 놓여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지난 수년간 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자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듀크대가 미국의 550여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금리가 투자계획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응답자는 30%도 안 됐다. 대신 이들은 헬스케어 비용과 영업이익률 확보가 투자냐 현금보유 확대냐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