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법정관리인으로 선임… “조기회생 위해 필요” 판단
쌍용건설이 김석준 회장 체제로 재기를 노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9일 쌍용건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하면서 법정관리인으로 김 회장을 선임했다.
김 회장의 해외 네트워크와 영업력 없이는 쌍용건설의 원활한 법정관리와 조기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그룹의 창업주 고 김성곤 회장의 차남으로 불과 29세던 1983년부터 쌍용건설을 이끌어온 김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그룹이 해체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외환위기 당시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게 내놓은 뒤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났던 그는 채권단의 요청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신분으로 쌍용건설 대표이사로 복귀, 회사 정상화에 앞장서 2004년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이끌어낸다.
이후 쌍용건설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06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다시 복귀, 문어발식 인맥과 발로 뛰는 세일즈 철학 등을 바탕으로 쌍용건설을 '해외건설 명가'로 발돋움 시켰다.
실제 쌍용건설은 해외 유수 건설사들이 기술력 미비를 이유로 포기한 '마리나 샌즈 호텔'을 맡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세계 곳곳에 '랜드마크'급 건물을 다수 지으며 특히 해외 공사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쌍용에 대한 만족도는 곧 매출로 이어졌다. 3년간 해외사업부문에서 1843억원의 이익을 냈고, 2008∼2010년 3년 연속 흑자를 내며 선전하기도 했다.
현재도 쌍용건설은 8개국 16개 현장에서 3조원(29억 달러)가량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국책사업인 랑카위 개발 프로젝트 1호인 '세인트레지스 호텔 랑카위&컨벤션센터' 사업을 단독 수주해 시공 중이다.
해외에서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결국 수년간 계속된 건설경기 부진의 파도를 넘지 못했다. 연이은 매각 실패와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6월 개시된 워크아웃 이후 최대 5000억원의 추가 출자전환과 3000억원의 추가 신규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실사 결과가 나오자 채권단의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여기에 비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가 미수금 1235억원을 돌려달라며 쌍용건설 5개 사업장의 공사대금 계좌를 가압류하자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이후 거듭된 정상화 노력에도 채권단과 군인공제회의 담판이 끝내 결렬되면서 김 회장과 쌍용건설은 운명의 장난처럼 또다시 외롭고 험난한 길로 접어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