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등급 법인과 동일하게 취급…금융당국 지도 안먹혀
시중은행들이 수익보전 방편으로 자영업자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대출금리 차별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의 지도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전용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하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높은 대출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신한·국민·우리·기업·농협은행 등 9개 은행에 대해 자영업자 대출을 위한 별도 신용평가 모형을 도입키로 했지만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곳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7월 이들 은행에 자영업자와 법인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됐던 신용평가모형을 각각 특성에 맞게 분리하도록 지도했다. 기존에 법인과 자영업자를 같은 잣대로 평가해 오던 은행 관행을 개선해 자영업자의 대출 기준을 낮춰 신용차별을 개선하겠다는 차원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경우 자영업자 전용 신용평가 모형을 제시하지 않았다”며“지난해 연말까지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한 은행도 금감원이 제시한 규정에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자영업자 전용 신용평가 모형의 구축 시기와 변별력 수준, 가용 개발 데이터 수준 및 관련 대출 취급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 대출을 위한 별도의 신용평가 모형이 도입되면 자영업자의 고유 특성을 보다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어 금리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상당수 은행들이 자영업자와 법인사업자의 특성이 혼재돼 있는 신용평가 모형을 사용하고 있어 실질적인 신용평가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자영업자의 대출금리 차별이 발생했다.
문제는 은행권이 자금운용의 양대 축인 가계와 기업대출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옥죄면서 넘치는 자금을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에게 풀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급등 추세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 신용평가 모형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국내 4대 시중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의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말 105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조3000억원(8.5%) 증가했다. 이중 잠재 위험 부채는 60조7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6%를 넘었다.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은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벌어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