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증자와 차입의 차이

입력 2013-12-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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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3일, 증시 개장 직후부터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던 LG전자 주가가 13%나 폭락했다. 1조원 유상증자설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LG전자 같은 대형 종목이 하루에 10%가 넘게 급락하는 일은 극히 드문 현상으로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가 됐다. 유상증자 사실 여부를 묻는 투자자, 애널리스트,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쳤지만 LG전자는 공식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결국 이날 장 마감 뒤 LG전자는 1조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너나 할것 없이 “LG전자의 기습”, “뒤통수를 맞았다” 등의 격한 표현을 쏟아냈다. 이날 하루에만 LG전자의 시가총액은 1조4000억원이 증발했다.

LG전자의 과거 사례처럼 유상증자는 기본적으로 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엔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에 급등하는 경우도 꽤 많다.

기업이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차입과 증자 두 가지로 보면 맞다.

차입이든 증자든 모두 자금을 증가시키지만 손익과 현금 흐름, 재무구조 등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

기업 입장에서 유상증자는 차입 대비 이자비용이 없으며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물론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차입에 비해 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되는 만큼 부정적인 게 당연하다.

주주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의 경우는 자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기존의 권리를 유지할 수 있다. 즉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주주 배정 방식에서 실권을 하는 경우나 회사가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경우에는 증자로 인해 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지분율 하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향후 기업의 수익에 대한 권리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유상증자는 일종의 비용으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이런 기존 주주의 기회비용은 유상증자 이슈 부각 이후 주가 급락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반면 차입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자비용이 늘면서 손익 및 현금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 부채가 과도해지면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차입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유상증자 대비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입이 과도해지는 동시에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면 불가피하게 유상증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기업의 내재가치까지 변화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에 유상증자 이후 기업의 변화에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부채가 큰 상태에서 실시하는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에게 큰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부채가 과도하게 많거나 짧은 기간 안에 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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