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온갖 링크들로 연결된 그물 사회에서 살아간다. 새로운 연결수단이 등장할 때마다 연결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디지털 시대와 SNS의 등장으로 연결은 이제 과잉으로 치닫고 있다. 포지티브 피드백(일명 눈덩이효과)이 강화되면서 그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과잉이다. 사소해 보이는 사고가 전체 시스템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사례를 멀리는 엔론사태, 아이슬란드의 금융 몰락, 가까이는 촛불시위에서 봐왔다. 현재 인터넷 사용자가 전 세계 24억명인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 등 엄청난 연결성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실로 어마어마 한 것이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디스커넥트’는 현대인의 소외를 SNS나 채팅, 온라인 데이트 등을 통해 풀어 보려는 디지털시대의 세태와 그의 피해를 담담히 그리고 있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삶 스토리의 배출구로 SNS를 선택하고 가족 대신 사이버상의 누군가로부터 외로움을 치유받길 기대한다. 그러나 SNS 세계에 빠지면 빠질수록 얻고자 하는 위로와 연결은 멀어지고, 범죄 또는 관계의 왜곡으로 피해를 받게 된다.
영화는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의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앱을 통해 버스 도착 현황을 확인하고, 출근하면서 뉴스 클리핑을 보고 친구와 카톡, 또는 지인들의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날리며 존재감을 공유한다. 사무실에 도착해 메일로 업체에 서류를 보내고 사내 메신저를 통해 점심약속을 잡고 맛집을 찾기 위해 포털을 뒤진다. 식사 후 커피숍에서 와이파이로 동호회 카페에 들어가 댓글을 남기고 주말여행 예매를 한다. 퇴근 후 소파에서 SNS에 빠져 달콤히 하루를 마감한다.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의하면 3세 이상의 78%가 인터넷 사용, 하루 평균 모바일 인터넷 1시간34분 사용,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중 50% 이상이 SNS 이용, 60세 이상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중 71.6%가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결성의 진화 시대에 연결 주체의 소통능력은 오히려 퇴화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전화를 멀리하고 문자, 카톡, 메신저로만 소통하려 한다. 갈수록 육성 통화나 직접 대면에 어려움을 느껴 오직 활자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편해진 것이다. 통화 기피 세대다. 이러한 비동시적 소통방식은 직접 대면의 긴장감으로부터 벗어나 시간을 갖고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오감을 통한 교감, 풍부한 정서적 교류 등 소통의 본질에서는 멀어지는 것 같다.
사람을 직접 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자 사이버상의 안전한 소통을 찾게 되고, 사회적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 SNS활동에 중독돼 간다. 익명성으로 존재의 위장하에 적당히 소통만을 즐기는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지만 그러한 느슨함 때문에 소외감은 여전히 남고 연결은 왜곡돼 간다. 디지털 기술은 소외라는 인간 실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리 건강한 수단이 아닌 듯하다.
물리적 연결성이 증폭돼 가는 가운데 진정한 연결은 귀해진다. 빛의 속도로 대화를 주고받는 시대. 연결의 홍수가 일정 임계치를 넘기면서 소외와 결핍이 창발한다. 더 많은 소통도구, 더 깊은 외로움은 우리 시대 이중적 구조의 대표격이다. 학력은 높아가나 실력은 떨어지고 집은 좋아지는데 가정은 파괴되고 비만은 늘어나는데 영양은 불균형이 되듯이. 소통과 관련해 우리 사회는 두 가지밖에 없는 듯하다. 오버커넥티드(overconnected)이거나 디스커넥티드 (disconn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