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거품 탈출, 그 터널의 끝에서- 홍진석 온라인에디터, 부국장 겸 국제경제부장

입력 2013-12-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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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 년간 세계경제는 초대형 거품과 두 차례 격전을 치러야 했다. 금세기 초 폭발한 닷컴거품이 첫 상대였다. 두 번째는 2008년 전 세계를 뒤흔든 금융거품이다. 국지전 양상이던 닷컴붕괴와는 달리 금융위기는 전면전 양상으로 지구 곳곳으로 번져갔다.

두 거품에 대응한 전략과 전술은 닮은꼴이다. 다르다면 닷컴붕괴에 대한 정책 처방전이 금융위기 시대에 더욱 센 약효를 내도록 재발급됐다는 정도다.

닷컴전성시대부터 복기해 보자. 1999~2000년 무렵 미국발 닷컴열풍은 전 세계를 휩쓸었다. 한국의 닷컴열풍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토종 포털의 선두주자였던 다음의 주가는 액면가의 300배나 치솟았다. 무료 인터넷전화 다이얼패드를 선보인 새롬기술은 600배를 웃돌았다. 대기업 임직원은 물론 잘 나가던 관료까지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닷컴창업 대열에 뛰어들었다. 너도나도 적금까지 깨며 닷컴주식 사재기에 나섰다.

굴뚝기업들을 대표한 전경련은 닷컴거품론으로 맞불을 놨다. 반세기 역사를 지닌 대기업의 시가총액을 넘보는 신생벤처들이 속출하니 어찌 침묵할 수 있었겠는가. 승부는 결국 전경련의 압승으로 끝났다. 살아남은 닷컴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코스닥 등정이 코앞이라고 외치던 수많은 닷컴들은 1000일도 채우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한푼도 회수하지 못한 채 투자자금을 날린 탐욕의 대가는 가혹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닷컴특수 덕을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닷컴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등 한국산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를 한껏 띄워줬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닷컴거품 붕괴는 경제침체로 이어졌다. 이에 맞서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대거 풀린 돈이 주식, 부동산 등으로 몰려들며 새로운 거품을 키워갔다. 금융공학의 힘을 빌린 파생상품은 현대판 연금술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유럽 주요 국가의 금융감독 당국은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눈치 채지 못했다. 닷컴 거품 당시 신기술에 까막눈이었던 투자자나 다름없었다.

엄청난 과잉유동성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휩쓸었다. 브릭스란 새로운 투자처가 발굴된 것도 이때쯤이다. 거품이 잔뜩 낀 금융상품과 부동산만 믿고 빚더미 소비를 늘린 선진국 소비자 덕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고 한국 역시 호시절을 즐겼다. 불안한 동거였다.

과잉유동성의 부작용이 차츰 드러나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금융거품의 대폭발을 막기에는 이미 때를 놓친 상황이었다. 이러다 보니 닷컴붕괴 때보다 더욱 강한 경기부양 정책들이 2008년 무렵 쏟아져나왔다. 기준금리를 낮추다 못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그럼에도 돈이 잘 돌지 않자 돈을 마구 찍어내 시장에 직접 풀었다. 정책금리마저 정책효과를 내지 못하자 중앙은행이 채권매입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까지 동원해야 했다. 물론 통화가치의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기본 사명을 논하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질 정도로 침체의 골이 깊었던 탓이다.

이 와중에 어느덧 경기회복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한 미국에서 양적완화의 규모를 줄이려는 정책적 판단이 내려진 상태다. 올해 12월이 될지 내년으로 넘어갈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나 시장은 단행시기만 저울질 중일 뿐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대거 풀린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은 미국 등 일부 선진국 증시의 상승세도 주춤거린다. 힘으로 오른 주식시장의 질주는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잉유동성으로 비대해진 암세포들을 제대로 도려내지 못한다면 거품의 역습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것이란 일부의 우려도 경청할 만하다. 출구전략은 그래서 단지 유동성의 단계적이고 적절한 회수뿐 아니라 거품의 발생 확산, 그리고 붕괴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활황을 통한 회복보다는 세계경제의 장기 저성장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일부의 전망에 대해서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불과 10여 년 새 두차례의 경제대란에서 얻어낸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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