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때늦은 '감자' 풍년

입력 2013-12-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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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감자 풍년이다. 재무 악화를 이유로 주식 수를 감면해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를 결정한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유가증권시장만 봐도 두산건설, STX조선해양, 대한해운 등 굵직한 기업 20여 개사가 감자를 결정했다. 감자가 이뤄지면 주가에는 치명적이다. 감자는 주로 회사 재산이 손실에 의해 자본금 이하로 밑돌 때 감자차익을 통해 결손금을 털어낼 목적으로 이뤄진다. 회사가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시장에서 흔히 통용되는 감자는 대부분 무상감자지만 자본금과 주식수를 줄이는 대신 보유주식 당 보상액을 지급하는 유상감자도 종종 있다.

무상감자가 악재라면 유상감자는 반대로 호재라고 할 수 있다. 유상감자는 기업에서 감자를 할 때 주주들에게 보유한 주식가액의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보상한다.

사전적으로 설명하자면 기업의 규모에 비해 자본금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될 경우 적정선에서 자본금을 줄이는 방식인데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가 상승도 꾀할 수 있다. 지분비율대로 이익을 보상받고 주식 물량 자체가 줄면서 보유주식의 상대가치도 높게 된다고 이해하면 맞다.

물론 유상감자가 꼭 선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힘 센 대주주가 회사 이익을 합법적으로 빼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도 종종 목격된다. 특히 투기자본이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론스타가 대표적인데 2003년 극동건설을 1700억원에 인수한 후 각종 우량자산을 팔고 유상감자와 고액의 배당을 통해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회수했다. 이후 2008년에는 웅진홀딩스에 6600억원에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모건스탠리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는 물론 꽤 짭짤한 투자수익을 올렸다. 2006년 (주)쌍용 지분 75%를 678억원에 인수한 모건스탠리는 52.6% 비율의 유상감자를 통해 203억원을 회수했다.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유상감자가 적다. 대부분 비상장 자회사의 유상감자를 통해 단기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상감자로 가장 논란을 빚었던 코스닥 상장사를 들라면 단연 에스피컨텍이다. 2006년 주당 1860원의 유상감자를 실시한 뒤 돌연 상장폐지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5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선을 끄는 행사가 열렸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 은퇴자들로 구성된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소액주주들은 이날 3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 승인을 호소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추진하는 유상감자는 발행 주식 9374만주 중 32.72%인 3000만주가 대상이다. 유상소각 대금은 주당 1000원이다. 지난 5월 유상감자를 결의했지만 최대주주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금감원 심사가 중지됐다가 최근 입건 유예 판정을 받고 심사가 재개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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