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행복주택, 소통이 먼저다 - 이상혁 사회생활부 기자

입력 2013-12-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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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세대의 마음을 사기 위해 내세운 선심성 대선 공약 ‘행복주택’이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4일 오후 행복주택 목동지구 현장을 방문해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역주민의 협조를 부탁했다. 정부가 행복주택 목표 물량을 20만 가구에서 14만 가구로 축소하고, 목동·잠실·송파·공릉·안산 등 시범지구 5곳에 대해서는 지구지정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서 장관과 주민 사이에 1시간 가까이 대화가 오갔지만 서로 얼굴만 붉힌 채 돌아서야 했다. 특히 행복주택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를 꼬집는 주민들의 질타에 서 장관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만남이 끝난 직후 국토부는 시범지구 5곳의 지구지정을 당분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사실 이에 앞서 정부가 도심이 아닌 외곽지역까지 행복주택을 짓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포기 선언’이나 다름 없다. 정부는 3일 부동산대책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행복주택 축소뿐 아니라 개발 콘셉트도 대폭 바꾸기로 했다. 행복주택을 당초 도심 내 철도부지나 유수지 등에 짓기로 했던 것에서 도시 주거지 재생사업과 산업단지 개선사업 등 관련 부지도 포함시키기로 한 것. 즉 동원하기 쉬운 토지 위주로 행복주택의 개발지도를 완전히 틀겠다는 것인데, 이는 성격이 전혀 다른 사업에 행복주택이라는 이름을 가져다 쓰겠다는 얘기다.

게다가 행복주택에 찬성했던 오류지구 주민들도 최근 정부가 주민편의시설과 공원을 대폭 축소시킨 사업계획 수정안을 추진하자 반대로 돌아섰다고 한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행복주택을 통한 서민주거복지 향상을 기대했던 이들마저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주민과 상의 없이 결정한 지구지정 철회하라”,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대통령 공약이라고 함부로 몰아붙이나”, “우리를 님비로 몰아붙이지 말라”. 행복주택 시범지구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정부는 행복주택 논란이 왜 일게 됐는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주민과의 소통이 우선이다. 그 전에는 행복주택과 관련해 한발짝도 나갈 수 없고, 나가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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