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삼성전자 하청업체는 홍길동?

입력 2013-12-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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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처지가 현대판 홍길동입니다.” 한 삼성전자 하청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삼성전자와 거래를 하고 있어도 거래한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를 빗대어 말한 것이다. 또 다른 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는 “홍보나 IR측면에서는 삼성전자의 협력사라는 사실이 오히려 악재다”라는 푸념 아닌 푸념도 늘어 놓는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협력사 대표 200여명을 초청해 ‘2013 삼성전자·협성회 상생협력 워크숍’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대표도 참석했다.

이 워크숍에서는‘함께 성장하자(Growing Together)’는 슬로건 아래‘협력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지속적 성장 지원을 위한 대토론회’가 마련돼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이 중점 논의됐다고 한다.

하청업체와 동반성장을 꾀하기 위해 워크숍까지 개최하는 삼성전자를 향해 하청업체들이 왜 이같은 하소연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홍보와 IR를 하고 있지 않은가.

삼성전자 하청업체들이 왜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 궁금해 협력 상장사에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봤다. 답변 내용은 의외였다.

삼성전자 1차 협력사는 IR와 홍보는 물론 심지어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제출하는 공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관계자들은 털어놨다.

A사는 삼성전자에 공급을 해 놓고도 매출발생 공시에는 B사로 거래 상대방을 공시했다. 이는 삼성전자에서 공급이 모두 완료된 이후 공개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A사는 1년이 지나서야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했다고 진실(?)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과거지사가 돼 버렸다.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얘기가 돌아 C사를 확인취재하려 하자 회사 관계자가 통사정을 했다. 기사화하거나 주식시장에 알려지면 안 된다는 얘기다. 내용이 알려지면 C사에는 분명 호재로 작용할 텐데 회사측은 이를 공개하길 꺼려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관련 사실이 알려질 경우 해당 임원이 삼성전자에 불려 들어가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고 이것이 누적되면 거래가 끊길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삼성전자 협력업체는 출입금지 구역이다. 대부분의 하청업체들이 탐방조차 받질 않는다. 설령 탐방을 허락한다 해도 삼성전자 관련 내용은 절대 보고서에 담지 말 것을 요구한다.“삼성전자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 실으면 두번 다시 안 볼 것”이라고 반 협박조로 얘기한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무섭다는 방증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소위 잘 나가는 기업 중 상당수가 삼성전자 협력업체다. 당연히 삼성전자 협력업체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그리고 협력업체 정보는 투자자에게 소중한 투자정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삼성전자 협력업체라는 이유로 투자자들이‘깜깜이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건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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