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10년의 궤적] 위기의 보험설계사들 “판매 다변화에 1건 계약도 별따기”

입력 2013-12-0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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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부터 반년새 4000명 감소… 효율성 앞서는 만큼 이탈 막아야

# 5년차 보험설계사인 김모씨는 최근 설계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보험상품의 복잡화·다양화로 기존 전속설계사 채널 대신 방카슈랑스 등 비전속채널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실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설계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회사에서 좋은 상품은 방카슈랑스 판매용으로 내놓는 경우가 늘면서 더 이상 비전이 없다고 보고 직종을 바꾸기로 했다.

방카슈랑스 확대로 설 자리를 잃은 보험설계사는 김씨뿐만이 아니다. 올 3월 말 기준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의 설계사는 모두 32만2853명으로 지난해 9월 말 이후 2분기 연속 감소했다.

보험설계사는 지난 2007년 20만여명 수준에서 금융위기를 계기로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말에는 32만6340명에 달했으나 6개월 사이에 4000여명이나 줄어들었다.

이는 방카슈랑스와 온라인 보험 판매 등이 늘어난 영향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생보사의 초회보험료 비중은 방카슈랑스(68.2%), 설계사(21.0%), 대리점(6.3%), 임직원(4.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대비 방카슈랑스 비중은 20.6%포인트 증가한 반면 임직원 비중 및 설계사 비중은 각각 16.4%포인트, 3.3%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설계사를 중심으로 보험이 판매됐다면 최근에는 주로 방카슈랑스를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라며 “보장 내용이 복잡하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손보사보다 은행의 예·적금 상품과 비슷해 판매하기가 수월한 생보사에서 판매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설계사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복잡한 보장성상품은 대부분 설계사를 통해 팔리고 있고 내재가치 마진율도 설계사 채널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방카슈랑스 채널은 계약 1차년부터 이익이 발생하는 장점이 있으나 내재가치 마진율은 4개 채널 중 가장 낮다. 내재가치 마진율은 보험계약의 내재가치를 수입보험료 현재가치로 나눈 것으로 신계약이 향후에 창출해내는 경제적 이익을 추정하는 지표다.

반면 설계사 채널은 다른 채널보다 우량한 효율성을 나타냈다. 내재가치 마진율은 가장 높고 보험금지급률과 신계약비집행률은 가장 낮아 위험률차익과 사업비차익을 내기 좋은 조건을 가졌으며 지급여력(RBC)비율도 계약 1차년에는 -202%로 자본소진이 크지만 10차년엔 124%로 높아지는 등 개선 속도가 빠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채널은 장기적으로 보험사 이익에 크게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며 “방카슈랑스를 통해 팔리는 상품은 설명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저축성 상품이 많고 고객 상태에 맞춘 설계와 함께 많은 설명이 요구되는 보장성상품은 대부분 보험 설계사를 통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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