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脫중국 신드롬]깨져버린 ‘차이나 드림’

입력 2013-12-0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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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규제에 임금 뛰고 혜택 줄어… 경영난 中企 빚내고 야반도주까지

2006년 말, 중국 원저우(溫州)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 직원 수십명이 야반도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중국 경제의 환경 변화로 기업 경영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한 기업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칭다오(靑島) 교주지역에서도 1년간 한국기업이 야반도주한 사건은 100여건에 달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무단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주 원인은 외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와 노동과 환경, 토지규제 강화, 가공무역 제한 등 중국 정부의 갑작스런 정책 변화 때문이었다. 중국 진출 기업들의 무단 철수가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되자 우리 정부는 2008년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외교부와 노동부 등과 공동으로 실태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무단 철수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규모가 큰 대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 줄줄이 발을 빼고 있다. 기업의 낙관적인 시장 예측과 빗나간 마케팅도 원인이지만, 앞서 언급한 중국의 외자기업에 대한 변덕스러운 정책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자 탈(脫) 중국화는 대세가 됐다.

특히 임금의 경우 매년 13~15%가량 상승하다 보니 중국의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기대했던 한국 기업들은 버텨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중국 토종기업의 고속성장은 더욱 치열한 시장경쟁 환경을 만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대성산업이 중국 레스토랑 사업 진출 2년 만에 영업 부진으로 철수를 결정했다. 대성산업 계열 요식업체 디큐브차이나풍은 지난달 21일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청산을 결정했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롯데쇼핑은 2008년 중국에 진출했다가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내고 지난해 철수를 결정하는 아픔을 겪었다. 한국 백화점으로는 첫 중국 진출로 관심을 받았지만 첫해 172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4년간 누적 적자만 1134억원을 기록했다. 성급하고 무리한 추진으로 인한 잘못된 입지 선정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롯데 역시 중국 정책의 변화와 높은 인건비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국내 1위 대형 마트인 이마트는 1996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수십개에 달하는 매장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일부 점포를 철수 중이다. 오히려 베트남에 1호점을 내기로 하는 등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기업들은 1991년 한국 기업 최초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SK네트웍스을 기점으로 1992년 한·중 수교에 이어 90년대 중반 이후 외환위기와 국내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중국에 대거 진출했다. 결과적으로 2002년 이후 우리나라는 대(對) 중국 최대 직접투자국이 됐다.

하지만 중국의 빠른 경제 상황 변화와 정책 변화, 인건비와 위안화 가치 상승 등으로 인한 사업비용 상승 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경영악화에 직면하며 중국을 떠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90%에 육박했던 중국 진출 제조기업 비중은 1년 사이 20% 이상 줄었다.

탈 중국화가 가속화하면서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생산기지를 이곳으로 옮기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사정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은 2010년 중국 정부의 검열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해 중국 본토에서 철수했으며, 현재는 홍콩에서 중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나이키도 최근 중국공장을 철수하고 베트남에 새 둥지를 틀었으며 일본 기업들도 줄줄이 중국 철수를 진행 중이다.

중국 시장은 이제 매력이 사라졌다고 기업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현황과 대안, 그리고 아직도 남아있는 기회 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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