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당 선수들의 경기가 끝나면 경쟁적으로 경기 결과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이후 자주 등장하는 단골 기사는 평점이다. 물론 이들 중에는 독일 스포츠 언론의 평점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종종 영국 언론의 평점까지 인용하는 경우도 있다. 언론사들마다 제각각인 평점은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나아가 평점 자체가 선수를 판단하는 지표일까.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독일 내 축구 관련 오프라인 잡지는 그리 많지 않다. 현지에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발행되는 키커(Kicker)지와 매주 수요일에 발행되는 슈포르트 빌트(Sport Bild)지 정도다. 키커는 월요일판이 100페이지 내외, 목요일판이 그보다 조금 적은 80페이지 내외다. 1부리그에서 4부리그 팀들까지의 뉴스들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 10%는 F1, 핸드볼, 농구 등 기타 종목들이 차지한다. 반면 슈포르트 빌트는 축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목을 다루기 때문에 엄밀히 축구 전문 잡지라기보다는 종합 스포츠 매거진이다.
물론 슈포르트 빌트 역시 평점을 부여한다. 온라인 판을 통해서다. 슈포르트 빌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점 만점(1점이 최하)으로 선수들의 평점을 매겼다. 하지만 슈포르트 빌트에 비해 키커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자신들이 매긴 평점 옆에 키커 평점을 함께 표기해왔다. 키커지는 1점이 최고 평점으로 최하는 6점이다. 슈포르트 빌트 역시 키커의 평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더 이상 슈포르트 빌트는 10점 만점으로 평점을 매기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키커식 평점 제도로 방식을 완전히 전환한 것이다.
공신력 혹은 신뢰도가 더 높은 잡지가 어떤 것이냐를 논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 하지만 키커식 평점이 자리를 잡았다는 점은 적어도 팬들 사이에서 키커에 대한 믿음이 강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키커지의 권위는 매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에게 수여하는 득점왕 타이틀에서도 읽을 수 있다.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트로피의 명칭은 ‘토어예거카노네(Torjägerkanone)’로 이는 ‘득점자 대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상은 분데스리가 세 번째 시즌인 1965-66시즌부터 정식으로 토어예거카노네라는 이름으로 수여되고 있으며 1968년부터는 키커지가 직접 이 상을 득점왕에 수여한다. 독일축구연맹(DFL, 독일 프로축구 클럽들의 연합체)에서도 키커지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평점 이야기로 돌아오자. 아무리 권위있는 키커지라 해도 이들이 매기는 평점이 해당 경기에서 선수들의 활약상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키커지는 구단별로 2명씩의 담당 기자들이 있다. 이 담당 기자들이 해당 팀 경기를 관전한 뒤 평점을 매기기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일 개연성도 없지 않다. 경기 내용보다는 득점을 올린 선수에게 지나치게 높은 평점이 주어진다는 비판도 많다. 결국 평점은 선수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잣대로 볼 수는 없고 다만 참고 자료 정도로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다.
물론 국내 팬들 중에는 유럽 축구에 익숙한 팬들이 많은 만큼 평점을 맹신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경기 후 스스로 선수들의 평점을 매겨보고 차후에 언론에 의해 매겨지는 평점을 비교해보는, 일종의 축구를 보는 여러 가지 재미 요소들 중 하나로 평점을 생각한다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