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현장을 가다] 해체…조립…검사… 밀려드는 공정에 ‘혼쭐’

입력 2013-11-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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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포천 자원순환센터 국내 첫 재제조·재활용 공정

▲김범근 미래산업부 기자가 지난달 24일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코웨이 포천공장에서 현장체험을 하고 있다. 방인권 기자 bink7119@

#열정으로 불타는 이투데이 기자들이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기업들의 산업현장을 또 찾았습니다. 창간 3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2일부터 4회에 걸쳐 게재된 ‘한국경제 이끄는 산업현장, 이투데이 기자가 가다’ 코너는 여름에는 더 뜨겁게, 겨울에는 더 매섭게 일에 매진하는 국내 중추 산업의 치열한 현장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에 이투데이는 일일사원이 된 기자들과 함께 앞으로도 더 다양한 산업현장을 찾아 함께 땀방울을 흘릴 계획입니다.

“출시한 지 1년 이내의 반환 제품 중 품질에 문제가 없는 것을 재가공해 최대 50% 싼 가격에 판매하게 됩니다.”

지난달 24일 일일현장 체험을 위해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에 위치한 코웨이 자원순환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국내 최초로 ‘리퍼브(Re-manufacturing·재제조)’ 공정과 재활용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친환경 생산기지다.

고객의 단순 변심으로 버려지는 상품들을 다시 조립해 새 생명을 불어넣고, 이렇게 태어난 재제조품은 기존 상품보다 20~5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코웨이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등을 재제조품으로 탄생시킨다.

버려지는 상품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소비자는 싼값에 상품을 살 수 있어 양쪽 모두 이득이다. 코웨이 자원순환센터는 재제조품 생산과 재활용 공정을 통해 최근 3년간 270억원을 절약한 대한민국 알뜰공장 일번지다.

◇재제조의 시작은 해체부터= “재제조품은 나사 조이는 것부터 물이 새는지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한 번 고객의 손에 들어갔던 물건이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이 필수죠.”

100평 남짓한 재제조품 생산 라인에 들어서자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정수기 수십 대와 앞치마를 입고 장갑 낀 손을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해야 하는 작업의 특성상 나이가 지긋한 여성 직원들이 많았다.

“오늘 하루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직원들 사이를 비집고 쭈뼛쭈뼛 들어가 인사를 건넸다. 내 목소리가 들리기는 한 걸까? 직원들은 라인으로 밀려드는 정수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일단 가장 인상이 좋아 보이는 직원 옆에 바짝 붙었다.

“일단 해체 작업부터 해 봐요.” 전동 드라이버가 내 손에 쥐어졌다. 첫 작업은 소비자들로부터 반환된 정수기의 부품 교환을 위한 해체였다. 우선 전동 드라이버로 정수기의 나사를 분리한다. 건너편 라인에서는 해체된 정수기의 상하·좌우 패널을 깨끗하게 씻는 클리닝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패널들은 추후 있을 조립 공정에서 다시 결합돼 정수기의 외관을 책임진다. 때문에 패널의 상태는 중요하다. 흠집이 많거나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있는 패널은 과감히 버리고 새 패널로 교체하게 된다.

코웨이 양은혁 생산본부 차장은 “정수기 패널은 50% 정도가 새것으로 바꿔 조립한다. 패널은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곳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깨끗해야 한다”고 했다.

패널 해체를 완료하고 필터를 정수기 본체에서 분리했다. 온수와 냉수 수도꼭지도 조심스럽게 해체했다. 필터와 본체를 연결하는 튜빙선과 수도꼭지는 버려진다. 양 차장은 “물이 직접 지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위생상 꼭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려드는 정수기에 혼쭐… 빼먹은 검사 없나요?= 라인 해체 작업이 끝나자 새 부품을 끼워 넣는 조립 과정과 기능 검사 작업이 이어진다. 먼저 새로운 튜빙선으로 필터와 정수기 본체를 연결했다. 수도꼭지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특히 튜빙선을 얼마나 정교하고 정확하게 연결하는지가 품질에 직결된다.

“어어, 덜 됐어요. 튜빙선이 필터와 헐렁헐렁하게 연결되면 물이 새요. 그러면 압력 때문에 터지면서 물바다가 되거든요.” 옆에서 호통소리가 들렸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정수기에 기자가 검사를 빼먹자 언제 봤는지 지적을 한 것. 튜빙선을 정확히 끼우고 장갑으로 연결 부위를 만져 물기가 새는지 꼭 점검하는 작업은 중요하지만 놓치기 쉬운 작업이다.

튜빙선 꼭지 부분은 파란색과 주황색으로 구분돼 있다. 주황색은 물이 나가는 것을, 파란색은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방향을 혼동해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움직이는 라인과 주위 소음 때문에 정신 차릴 새가 없었다. 게다가 키에 비해 낮은 작업대 때문에 허리까지 아팠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일. 바쁜 직원들에게 질문을 계속하면서 요령을 배우고, 몇 시간 작업을 이어가자 어느덧 손이 익숙해졌다.

작업라인 가장 끝에서는 새 부품으로 교체를 완료한 정수기를 검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검사 작업은 재제조품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섬세하고도 까다로운 눈을 지녀야 한다. 때문에 공장에서 몇 안 되는 베테랑 직원만이 검수 작업을 전담한다.

◇재활용, 재제조품 만드는 그린공장, 환경부담금도 ‘제로’= 코웨이 포천공장은 재제조라인 외에도 재활용 시설을 갖추고 있다. 폐기물 자원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 재활용 공정을 통해 연간 130만대의 제품들이 재활용된다. 또 생산되는 재제조품은 연간 5만대에 달한다.

수명을 다한 정수기는 플라스틱 분리 후 분쇄를 통해 고순도(99.9%) 합성수지로 탈바꿈한다. 재활용 라인의 첫 작업은 정수기 뒤편에 있는 냉매 압축기(컴프레서)에 코웨이가 자체 개발한 기계를 꽂아 냉매와 오일을 30초 안에 뽑아내는 것이다. 냉매와 오일을 뽑아내는 데는 업계 최단 시간인 30초가 소요된다. 정확하고 빠른 작업이 이뤄져야 공장의 전체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

이후 플라스틱 등 각종 부품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마지막으로 제품 표면에 붙어 있는 스티커와 너트, 볼트를 떼어낸 후 분쇄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해체돼 나오는 합성수지류는 2가지 재질(PP·ABS)과 4가지 색상(흰색·검은색·아이보리색·혼합)으로 나뉘어 곱게 분쇄된다. 재활용 업체에 판매되는 합성수지류는 콘셉트 덮개나 LCD 모니터 본체 등에 사용된다.

코웨이 측은 “최근 수년간 매년 폐기물 부담금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재활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코웨이는 이전부터 재활용 시스템을 만들어 활용했으며 정부의 재활용 의무율을 달성해 환경부담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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