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세종만평]농민 아닌 농민표를 사랑하는 의원들

입력 2013-11-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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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쌀 직불금의 기준이 되는 목표가격 갈등으로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벌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종합감사가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이번 파행은 우리 국회의 씁쓸한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농민 표를 의식해 무리한 쌀 목표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반말하면서 호통을 치는 모습은 우리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장관은 법에서 정한 테두리 내에서 목표가격 인상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농식품부는 기획재정부와 최대 5604원을 추가로 올리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쌀 직불금 목표가격 결정은 결국 여·야 국회의원들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 문제를 가지고 이 장관에게 고성을 지르며 호통치는 국회의원을 보면서 높으신 어르신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국민에게 각인시켜줬다.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쌀 목표가격 80kg 당 19만5901원은 지난 15일 기준 현재 쌀값 17만7200원보다 높아 오히려 공급 과잉생산으로 쌀값을 더 하락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정부도 지난해 물가안정을 이유로 쌀값을 시장에 맡겨두지 않고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잘못이 있다.

당장 내년말 종료하는 쌀 관세화 유예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국회가 만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무리하게 쌀 목표가격을 인상할 수도 없는 처지다.

쌀 소득보전직불제 도입은 쌀 관세화 재유예에 따른 의무 수입쌀 규모가 두배로 늘어나면서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소득을 보전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현재 쌀 농가 구조상 목표가격을 대폭 인상하더라도 전체 쌀 농가의 55.7%를 차지하는 1ha(10000㎡) 미만의 영세농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경지규모가 큰 대농에만 유리하고 다른 작물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쌀 관세화 유예 추가연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어 정부와 정치권은 쌀 농가 경쟁력을 높이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농민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이 쌀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목표가격 인상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설사 쌀 관세화 재유예를 하더라도 의무 수입량을 연간 80만톤 이상으로 늘려야 해 국내 쌀산업이 초토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들이 진정 농민을 사랑한다면 쌀 목표가격 인상을 합리적인 선에서 모색해야 한다. 지금의 모습은 농민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의 표만을 사랑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과거 국감보다는 분명히 이번 국감은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이 공부도 제대로 안 한 채 아직 반말하고 호통치며 정쟁에만 휩쓸려 파행 국감을 일삼는 모습은 국민에게 정치 혐오감만 더 키울 뿐이다.

피감기관장에게 공부 좀 하라고 호통치기보다 먼저 제대로 공부해서 잘못한 점은 엄히 문책하고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아름다운 국감의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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