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STX-동양 몰락 뒤에 일감몰아주기 독배 있었다

입력 2013-10-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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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매출채권 유동성 악화 원인…주력 회사 팔고 나니 실적 반토막

대기업집단들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가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와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과 STX, 동양그룹 등에서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부작용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STX그룹이 국내 민간 대기업집단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다. STX그룹의 지난해 말 현재 내부거래 비중은 27.5%로 다른 그룹들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웅진그룹도 18.8%로 49개 민간 대기업집단 중 5번째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STX그룹의 경우 상황이 어려운 계열사의 재무상태가 내부거래를 하는 다른 계열사로 바로 전이되는 모습을 보였다.

STX중공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91%에 이른다. 하지만 매출채권회전율은 2010년 4.34회, 2011년 3.18회, 2012년 2.28회로 연간 7~8회 수준의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는 수준이다. 계열사에 매출을 올리고도 현금을 제때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맞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입채무회전율도 2010년과 2011년 5.4~5.7회 수준이었지만 2012년에는 4.77회로 악화됐다.

매출채권회전율과 매입채무회전율은 영업상 현금흐름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뤄지는 알 수 있는 지표로, 줄어든다는 것은 제때 받지 못하고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열사에 재무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연쇄적으로 전이될 수 있는 매출구조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네트웍스도 내부거래 때문에 유동성이 악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동양네트웍스의 매입채무회전율은 2010년 9.6회에서 이듬해 7.1회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5.6회로 업계 평균 10.5회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매출채권회전율은 2010년 10.2회에서 2011년 14.7회로 개선되는 기미를 보였지만 2012년 6.7회로 크게 악화됐다.

동양네트웍스가 지난해 말까지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에 대한 채권규모는 842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6월 들어서 124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증가금액의 대부분은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의 매출채권이다. 동양네트웍스는 지난해 3192억원의 매출 중 1980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앞서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한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대한 매출채권 회수가 불투명해지면서 매입채무와 기업어음 등에 대한 부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해야 하는 위기에 빠진 것이다.

웅진홀딩스는 지난해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한 후 연간 매출액이 반토막이 난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대기업집단 내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한 주력계열사들의 일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웅진홀딩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말 현재 매출은 7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95억원의 46%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웅진홀딩스가 코웨이 등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은 전체 매출의 80%가 넘는 5000여억원에 이른다. 이는 계열사들의 현금배당과 로열티 등 지주사 부문 매출이 565억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계열사에 대한 구매 대행 등을 통해 이뤄진 것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일감몰아주기 이슈가 있는 대기업집단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고, 규제 강화 움직임도 있어 향후 일감몰아주기가 그룹 전체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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