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원’(감독 이준익)은 눈물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경험할 수 있다. 아동성폭력이라는 민감하면서도 사회적인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사건 후 소원(이레)이와 그의 가족의 힐링에 집중하면서 동일 주제의 다른 영화들과 차별점을 갖는다.
극중 소원이의 아빠 동훈 역으로 열연한 설경구는 그동안의 연기 내공을 작품 속에 잘 담아냈다. 올 한해 ‘감시자들’, ‘스파이’로 연타석 홈런에 성공한 설경구는 인터뷰 내내 “‘소원’은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자신 있으면서도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임한 그의 모습에서 ‘소원’은 설경구에게 특별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예비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무서워할까봐 걱정돼요. 저도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못 읽었거든요. 하지만 ‘소원’은 아픔을 들추는 영화가 아니에요. 바라보는 방향이 틀립니다. 소원이가 잘 살았으면 하는 응원과 격려를 전해주고 싶은 따뜻한 시선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설경구의 자신감은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으로부터 나온다. 이준익 감독은 ‘소원’을 자극적인 영화가 아닌 따뜻한 영화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었다.
“이준익이란 사람을 알게 되어서 고맙고 좋았어요. ‘소원’이란 영화가 여러 감독들을 거쳐 이준익 감독에게 왔다고 들었는데 그 선택은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참 따뜻하게 이끌고 갔어요.”
설경구는 곧이어 “‘소원’ 최고의 선택은 이준익 감독이었고, 이준익 감독 최고의 선택은 이레였어요”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소원’의 이레는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는 배우이다. 이레의 순진무구한 표정과 사건 후 만화 캐릭터 코코몽을 보고 밝게 웃는 천진난만한 모습, 자신을 위해 더운 날 인형 탈을 쓰고 곁을 지켜주는 아빠에 대한 연민 등이 이레라는 배우를 통해 고스란히 표현됐다.
“이레의 연기는 순수함에서 나와요. 지금도 극중 상황을 몰라요. 본인이 영화에 나온다는 것이 마냥 신기한가 봐요. 오히려 이레는 영화 ‘타워’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더 울었대요. 이레가 연기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 순수함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설경구는 그런 이레를 지켜본다. 아빠이지만 남자이기 때문에 인형 탈을 쓰고 딸의 주위를 멤돈다. 결국 소원이는 코코몽에게 “니 아빠야가?”라고 물어보고, 그의 땀을 쓱쓱 닦아준다.
“코코몽 탈 안에서 오히려 연기를 과하게 했어요. 아빠의 마음은 무겁고 힘들겠지만 소원이에게 보여지는 코코몽의 모습은 우울하면 안 됐었어요. 소원이에게 희망을 주는 코코몽은 밝아야 했고, 동작도 예뻐야 했습니다. 모든 동작을 일부러 과장되게 했어요. 코코몽과 그 속의 아빠는 완전히 반대로 보여야 했어요.”
설경구는 영화계 대표적인 ‘딸바보’이다. 최근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긴 것도 아이돌 그룹 JYJ를 좋아한 딸의 주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사랑의 리퀘스트’에서 아이들 몸에 주사바늘 들어가는 것도 못 본다는 설경구는 ‘소원’을 보면서 몸이 흔들거릴 정도로 울었다고 전했다.
“언론시사회 전부터 이상하게 날카로워져 있었어요. ‘타워’, ‘감시자들’, ‘스파이’ 때는 덤덤했는데 날카로워져서 잠도 설쳤어요.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안 찍었는데 한 아이가 주인공이 되다 보니 사람들의 반응이 걱정됐나 봐요. 다행히 관객들이 우는 것을 보고 소통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경구는 인터뷰 말미 “촬영현장이 즐거우면 안 되는데 즐거웠다”고 회상한다. 그만큼 배우들과 연출진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원이의 희망을 그리는데 주력했고, 긍정의 에너지는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줬다.
“이 영화는 소원이를 따뜻하게 봐달라고 부탁하는 느낌이에요. 촬영하면서 느꼈던 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순간이 참 소중하다는 것이었어요. 소원이가 ‘학교에 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이 큰 아픔을 겪은 사람에게는 얼마나 절실한 소원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