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의 저주]CP 발행 144조원 육박

입력 2013-10-0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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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결의 없이 발행 가능... 만기 1년 이상 CP 32% 달해

동양그룹 위기로 기업어음(CP) 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CP발행 잔액이 14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발행에 난항을 겪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CP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CP 발행잔액은 60조8849억원으로 나타났다.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합치면 136조8237억원에 달한다. 전자단기사채(AB전단채 포함)를 포함하면 143조8009억원의 규모다.

특히 최근에는 회사채에 비해 발행 절차도 간편하고 규제도 적은 장기 CP 발행이 늘고 있다. 만기 1년 이상인 CP 발행잔액이 전체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CP는 비교적 신용상태가 좋은 기업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융통어음이다. 하지만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만기 1년 이상 장기 CP 발행이 허용되면서 시장이 급변했다. 이때부터 사실상 중장기 사채 성격의 CP가 본격적으로 발행되기 시작했다.

예탁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조1000억원에 불과했던 장기 CP 발행 총액은 2010년 7조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엔 44조500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또 장기 CP 발행금액의 대부분(77%)은 차익거래 목적의 ABCP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LIG건설 사태를 계기로 장기 CP 발행 때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지난 5월부터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CP는 투자자 보호나 정보투명성 수준이 떨어져 기업들이 CP발행으로 쏠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회사채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팔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고 적정 수준에서 금리가 책정되지 않으면 판매되지 않는다. 그러나 CP는 이사회 결의도 필요 없고 대표이사 직권으로 발행할 수 있다. 우량 기업이 CP를 발행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보통 은행 대출을 받을 형편이 안 되고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어려운 낮은 신용등급의 기업들이 CP를 발행한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영도 연구위원은 “금융상품 투자는 원칙적으로 투자자의 책임이지만 CP는 고객 대부분이 신탁운용사를 통해 직·간접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다. 고객의 책임 문제만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라며 “CP시장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장기 CP 발행 허용 등 최근 시행된 제도 변화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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