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핵심계열사 중심 사업부문 재편, 승계구도 구축 전망이 지배적
삼성그룹 3세 경영인들의 그룹 지분 구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갑작스런 계열사 사업부문 재편과 흡수통합, 지분율 상승 등을 두고 재계의 다양한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삼성SDS는 그룹 계열사 삼성SNS를 흡수 합병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앞서 23일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두 가지 모두 재계가 관측하지 못한 사안으로 각각 비밀리에 전격 추진됐다는 점이 같다.
동시에 재계는 삼성그룹의 계열사간 사업부문 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그룹내 비상장사 가운데 핵심인 에버랜드와 삼성SDS가 덩치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이를 통한 3세 승계구도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상승=삼성SNS는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통신망구축 및 홈네트워크전문 기업이다.
삼성의 네트워크 사업을 전담하는 계열사로 작년 기준 매출 5124억원, 영업이익 511억원 규모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비핵심으로 매출이나 영업이익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5.7%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고, 이어 삼성전자가 35.5%를 보유 중이다.
삼성SDS는 1985년 자본금 2억원으로 출발한 비상장 IT업체다. 초기 삼성데이타시스템으로 출발했다 1997년 삼성SDS로 이름을 바꿨다. 2000년에는 정보통신본부를 분할해 삼성네트웍스를 세웠다가 올해 초 다시 합병했다. 주요 사업으로 △시스템 통합구축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판매 △고도정보통신 서비스 △정보처리기술 분야 전문직.교육훈련 서비스 및 컴퓨터학원 운영 등이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의 SI(시스템통합)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정부나 다른 민간 회사들의 SI업무 등을 다룬다.
삼성SDS는 현재 스마트 컨버전스, 물류IT서비스 등이 주력사업이다. 여기에 삼성SNS를 흡수 통합하면서 통신망구축사업과 홈네트워크사업이 추가된다.
현재 지분은 삼성전자(21.87%), 삼성물산(18.29%)이 2대 주주로 올라있고 이재용 부회장이 8.81%,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각각 4.18%씩을 가지고 있다. 이번 흡수합병으로 삼성SDS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차지하는 지분은 늘어난다.
◇덩치 키우는 그룹내 비상장 핵심계열사=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미 삼성SNS의 최대주주다. 지분이 많은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면서 전체에서 차지하는 지분율은 이전보다 2.5% 증가한 11.3%가 된다.
다만 SNS에 지분이 없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은 전체 지분이 늘어나면서 나란히 0.28%포인트(4.18%→3.90%)로 지분율이 줄어든다.
앞서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가 지분을 가진 비상장 계열사다. 상대적으로 지분율 변화가 자유롭고 인수합병에도 수월하다.
삼성에버랜드는 향후 기업분할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에게 분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단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로 흡수하고 기업분할을 해 3남매에게 특화된 부분을 물려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제일모직 지분이 거의 없는 이서현 부사장은 기업분할 뒤에는 패션사업을 하는 회사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승계 작업 진행 중?=일주일도 안돼 두 건의 인수합병 결정이 이어지면서 삼성그룹 내 또 다른 계열사의 지분 구조 변화도 점쳐진다. 바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다.
삼성물산은 상반기까지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이 아예 없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계속 지분을 사들인 끝에 현재 지분율이 1.82%로 올랐다. 덩치를 키우기 시작한 삼성물산이 건설부문 등을 떼어내 에버랜드 건설부문과 통합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같은 일련의 계열사 재편과 관련해 “사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재계의 다양한 시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렇듯 삼성 계열사의 사업부문 재편과 관련해 그룹측은 사업영역 조정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 건과 맞물려 삼성SDS의 이번 흡수합병 작업 역시 그룹 후계구도와의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최근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던 이건희 회장이 승계구도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에버랜드의 덩치 키우기는 삼성그룹의 3세 경영을 위한 수순으로 파악돼 왔다”며 “조만간 삼성그룹의 계열사 재편이 속속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