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변해도 변함없는 고향- 최두선 문화부 기자

입력 2013-09-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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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고향을 찾아 마주하는 친지들의 모습은 고단한 일상에 있어 가장 큰 휴식이다. 귀성·귀경길은 정체에 시달리지만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는 개개인의 얼굴은 설렘과 반가움으로 가득 차 있다. 고향의 가족들은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도착 여부를 물어보면서도 귀성길의 고단함에 피곤하지나 않을지 사랑 가득한 걱정을 전했다.

기자는 17일 업무가 종료된 후 고속버스를 이용해 고향인 대전으로 출발했다.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가까운 곳이었지만 귀성길 풍경은 똑같았다. ‘두 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고향으로 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는 선물 꾸러미가 가득 들려 있었다. 올 추석은 고향이 아닌 해외여행을 가는 인구의 비율이 예년보다 70% 정도 높아졌다고 하지만 귀성길은 여전히 정겹고 분주하다.

고향은 변함이 없다. 언제 가도 어렸을 때 뛰놀던 그 풍경, 그 사람들이다. 대전에도 연일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편의를 위한 새 길이 생겼지만 정겨운 풍경만큼은 예전 그대로다. 사랑으로 가득 찬 가정과 추억이 가득한 곳이야말로 명절 고향의 ‘힐링’이 아닐까.

핵가족화에 이은 개인주의, 낮은 취업률, 어려운 경제사정은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이기심을 낳았고, 명절의 여유를 점차 잊어버리게 한다. 모처럼 긴 추석 연휴였지만 아무 걱정 없이 먹고 즐기기에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기자의 지인 역시 추석 안부를 묻는 질문에 “추석이 어디 있나. 근무의 연속이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향했지만 이번 추석에도 근무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은 고향이라는 명제가 모두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귀성·귀경길은 언제나 피로함을 던지지만 경기침체와 취업난의 각박함을 잠시나마 잊고 고향과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는 것은 추석이 주는 최대의 선물은 아닐까. 고향을 찾은 기자는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을 또 한 번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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