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카지노 공모제, 결정했으면 밀고가야 - 강혁 부국장 겸 시장부장

입력 2013-09-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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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7월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카지노 사업자 선정 방식을 사전심사제가 아닌 공모제로 변경할 것이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기본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문체부가 산자부와 협의해 카지노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공고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이 카지노 사업자 선정 방식을 바꾼 이유는 사전심사제가 전국을 카지노 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전심사제를 시행하라고) 언제부터 얘기한 것인데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냐”고 관계 장관을 질책한 지 1년 만에 퇴출당한 것이다.

사전심사제란 외국자본이 실물투자 없이 투자계획서만 제출하면 카지노 사업자 자격을 사전에 심사받을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제도다. 또 신용등급, 자기자본액 또는 매출액, 부채비율, 순이익 등 허가를 위한 4개 의무 충족요건 중 부채비율과 순이익 둘 중 하나만 만족시키면 허가를 내주도록 했다. 투자 활성화 명분으로 카지노 설립 요건과 자격을 대폭 완화시켜 준 것이다.

문제는 주무부처가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결정을 내렸지만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법 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지난 7월 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관광진흥 협업추진단’을 발족시켰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왜 그런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산자부와 해당 지방정부가 미적미적거리고 있다. 해당 지방정부는 관계부처 결정에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업체가 영종도에 카지노 사업을 하겠다며 문체부에 신청한 사전심사 결과가 ‘부적합’ 판정으로 나오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문체부가 법 개정 추진을 천명한 가운데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들리자 정치적인 암투설 등 확인되지 않는 소문만 나돌고 있다.

사전심사제가 어떻게 탄생한 제도인가. 워낙 급하게 만들다보니 법 개정 없이 시행령에 의해 도입됐다.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포괄위임에 위배되는 것이다. 심지어 시행령 개정 전 관계부처와 10일간의 협의를 거치는 게 일반적인데 당시 지식경제부는 유선으로 통보했다. 정권 말기에 꼼수로 만들어진 제도다.

공모제로 전환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존 사전심사제 하에서 신청한 외국기업에 대해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난센스다. 법이 잘못 만들어졌다 해서 바꿔놓고 잘못된 법에 따라 심사를 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법을 개정키로 한 정부의 의지와 충돌할 뿐더러 사전허가심사제가 결국 외국기업을 위한 제도라는 것을 입증하는 꼴이다. 실제 사전심사 결과 ‘부적합’ 으로 판명된 업체 1곳이 법 개정 전에 재심청구를 할 것이란 얘기가 들리고 있는데, 소문이 사실이 될 경우 특혜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상당한 문제점을 지닌 것으로 판명난 사전심사제는 이쯤해서 용도 폐기하는 게 옳다.

주무부처가 법을 개정키로 했으면 하루 빨리 법을 개정해서 새로운 룰에 따라 적합한 업체를 선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개정된 법에 따라 투명하고 우량한 업체가 선정됐다면 그 업체가 국내기업이건 외국기업이건 상관없다. 법 개정이 빨라질수록 정부가 그토록 학수고대하는 외자 유치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카지노처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업일수록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손이나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언젠가 탈이 나기 마련이다. 주무부처가 공모제로 가기로 했으면 그 길로 가는 게 맞다. 이해 당사자끼리 주판알 튕기면서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발목을 잡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정책 신뢰도는 또 다시 금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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