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세종만평]탁상행정에 우는 관광산업

입력 2013-08-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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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축으로 관광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수 싸이를 비롯한 한류 열풍으로 올해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 시대를 무난히 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에 호텔 건설이나 리모델링 붐이 일고 있다. 지방도 제주도 등 관광지를 중심으로 관광숙박시설 신축 붐이 일면서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이용하려는 사업자가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한류 열풍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호텔 빈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 한다. 반면 지방 관광숙박시설은 빈방이 남아돌아 상당수가 경매에 나왔거나 도산 위기에 처해 있어 최근 관광숙박시설 건설 붐과 대조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 장소로 유명해진 경남 창원의 ‘더시티세븐 풀만호텔’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현재 역대 최고 감정가인 1044억원을 기록하며 경매에 나와 있다.

이번 여름 휴가기간에 강릉에서 유명한 관광명소로 알려진 호텔에서 하루 보낸 적이 있는데 이곳 대표도 지방 관광숙박시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보다 관광 투숙객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관광진흥기금의 원금상환 기간이 너무 짧아 실제 대출금을 갚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관광진흥기금은 연 1.97~3.5% 저금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어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문제는 융자기간인데 관광시설 건설은 4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이다. 이 호텔도 관광진흥기금 110억원을 융자받아 호텔을 짓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한다. 결국 영업을 시작하면서 바로 원금 분할 상환이 도래해 이자 갚기도 어려운 판에 원금까지 분할 상환하기가 쉽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고 대표는 얘기했다.

그는 원금 분할상환 기간을 좀 더 장기로 해줘야 실제 지방 관광시설의 숨통을 틀 수 있다고 문화체육관광부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담당공무원은 관광시설의 현실을 공감해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문제는 기간 연장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라 이 공무원이 기재부 담당공무원에게 현실을 설명했지만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단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서는 대체로 무난히 갚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기간 연장은 문제가 있는데다 장기연장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와 관련해 검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같이 현실을 무시한 대출기간으로 실제 지방 관광시설들은 보통 세 차례 소유자의 손 바뀜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지방 관광호텔의 하소연이다. 대기업들도 신축보다는 관광객들에게 특색 있고 이색적인 관광호텔로 소문난 곳을 경매나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결국 관광진흥기금이 오히려 족쇄가 돼 경영권을 잃는 지방 관광시설이 허다하다.

서울이나 수도권과 달리 지방 관광숙소 중 관광객들에게 예술박물관 형태나 다른 이색적인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지금도 자금난으로 하나 둘 도산하거나 대기업에 팔려가면서 원설립자의 취지에 맞지 않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부 정책 담당자들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부르짖으면서 현실을 무시한 지원으로 오히려 창조적인 관광시설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을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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