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여주기식 금융상품요구… 은행권 속앓이

입력 2013-08-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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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월세대출 실적 바닥에도 이달 말 신상품 출시해야

“전세대출 상품 출시를 끝내자 마자 이제는 월세대출 상품을 준비해야 합니다. 제2의 중금리대출이나 동산담보대출이 될 게 뻔합니다.”

금융당국의 보여주기식 금융상품 출시 요구에 은행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은행들은 서민·중소기업,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등을 위한 각종 금융상품 준비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겹치는데다 수요가 극히 적을 수밖에 없는 상품 성격 탓에 벌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고 이에 따른 비용 낭비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달 말 월세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날 부터는 전세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렌트푸어 구제를 위한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을 본격 시작했다.

이미 월세대출을 시행하고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실적이 바닥인 상황이지만 다른 은행들도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그러나 임차보증금 청구권을 은행에 양도하는 방식의‘목돈 안 드는 전세Ⅱ’와 내달 출시 예정인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의 ‘목돈 안드는 전세Ⅰ’은 기존의 상품과 다를 게 없고 전세 수요가 넘쳐나는 시점에서 참여가 거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목돈 안 드는 전세Ⅰ’의 금리는 연 3.5~4.5%로 국민주택기금의 근로자·서민 주택 전세자금 대출금리(서울·수도권) 연 3.3%(최대 1억원)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부터 동산담보대출까지 금융당국의 압박에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시행 중인 상품의 이름만 바뀌거나 수요를 견인할 메리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홍보 전단 제작 등 상품 광고부터 전산시스템 구축 등까지 매번 비용이 들지만 그만큼 실적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금리단층 해소 목적으로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10%대 중금리 서민대출 상품’은 출시 1년이 됐지만 올 2분기 기준 실적이 약 67억원(KB국민·우리·신한·하나)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8월 도입된 동산담보대출의 올 2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은 5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올해 취급 목표액(1조8000억원)의 3분의 1도 달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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