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어떻게 스타PD가 됐는가? [배국남의 스타성공학]

입력 2013-08-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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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이적 발상의 전환‘꽃할배’로 대성공

한낱 기우였다. 스타PD들이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채널로 이적하면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또 한 명의 스타PD도 어쩔 수 없이 그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그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의미와 감동을 잡았고 예능판도 변화까지 이끌고 있다. 올 1월 KBS에서 CJ E&M으로 자리를 옮긴 나영석 PD(37)다.

7월 5일 나영석 PD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바로 tvN ‘꽃보다 할배’다. 첫 방송 직후 성적표는 놀랍다. 케이블채널임에도 첫 방송 시청률이 무려 4.15%에 달했다. 이후 방송도 비슷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포털 검색어 상위를 독식하는 등 체감 열기와 화제도 엄청나다.

“재밌다”, “감동적이다” 등 시청자 의견도 호평일색이다. 무엇보다 예능 프로그램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노년층을 프로그램에 과감하게 참여시켜 예능 프로그램의 지평을 확장시킨 것은 가치 있는 성공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청률과 시청자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어서 매우 좋습니다. 방송 전 ‘예능에 어르신들이 나오는 것은 너무 올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도 있었는데 제작을 하면서 신선하고 재밌어 어느 정도 기대를 했습니다. 반응이 좋아 정말 뿌듯합니다.”

나영석 PD에 대해 기존의 포맷에 안주해 눈길을 끄는 연출자라는 폄하도 있었다. 독창성 있는 포맷이나 연출 스타일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나영석 PD의 기획과 연출 스타일을 정교하게 살펴보면 기존의 포맷이나 강점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응용해 대성공을 거둬왔다. 이 또한 매우 중요한 성공의 무기다.

하나의 기업을 일구고 성공을 거둔 뒤 제대로 수성하지 못해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인기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포맷을 발전시키고 신선한 변모를 거듭하지 않으면 이내 시청자의 외면을 받아 추락하게 된다. 특히 나날이 대중의 취향과 기호가 급변하고 대중 문화 트렌드의 변화 주기가 짧아지면서 시청자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도 변모와 진화를 하지 않으면 이내 인기가 사그라진다.

나영석 PD를 스타 연출자로, 그것도 연예인 못지않게 수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연출자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KBS ‘1박2일’이다. 이명한 PD가 전면에 나서 이끌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뒤 나영석 PD가 이어 ‘1박2일’을 선봉에서 이끌었다. 복불복 게임의 변화에서부터 멤버들의 흥미로운 캐릭터화 그리고 자신을 제7 멤버로의 활용, 여행지에 대한 눈길 끄는 스토리텔링화 등 포맷과 멤버 그리고 내용들을 끊임없이 진화시키며 ‘1박2일’을 시청률 30~40%대를 기록하는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최고의 ‘1박2일’을 수성하고 더욱 번창시킨 나영석 PD의 또 다른 원동력은 뛰어난 위기관리다. 김C의 자진 하차, MC몽의 군 면제와 관련된 퇴출, 크고 작은 방송사고 등 위기 때마다 나영석 PD는 우회하지 않고 정면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갔다.

“‘1박2일’은 고정된 포맷이기에 연예인 멤버들의 변화가 가장 큰 위기였죠. 초반 역할을 많이 했던 지상렬에서부터 MC몽까지 멤버들의 하차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남은 멤버들이 너무 잘해줬고 작가나 스태프들이 서로 힘을 합쳐 멤버 하차의 공백을 잘 극복했습니다.” 나영석 PD는 공을 스태프와 멤버에게 돌렸지만 그의 위기극복 노력은 빛을 발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멤버 하차로 공백이 생기면 시청자들을 그리고 자신을 제6, 제7의 멤버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시청자에게 더 큰 재미를 줬다.

대학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에 관심을 가졌고 ‘유머 1번지’, ‘칭찬합시다’ 등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해 예능 PD를 지원했다는 나영석 PD는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는데 버라이어티로 빠졌다고 했다. ‘출발 드림팀’,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스타 골든벨’, ‘해피선데이-여걸식스’를 거쳐 ‘1박2일’을 맡아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성공한 스타 PD로 화려한 비상을 했다.

그리고 ‘1박2일’에서 물러나 새로운 포맷의 ‘리얼 체험 프로젝트 인간의 조건’을 기획해 공익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독창적 예능 포맷으로 키워냈다. 올 1월 화제와 숱한 소문 속에 CJ E&M으로 이적한 나영석 PD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노년층 연예인을 멤버로 하는 ‘꽃보다 할배’를 기획, 연출해 뜨거운 관심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배낭여행이라는 청춘들의 전유물을 인생의 많은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도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한 나영석 PD는 예능 프로그램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장노년층을 전면에 내세운 의미 있는 예능 프로그램 붐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었다. 많은 연출자들이 실패할 것으로 여겨 도전하지 않는 것을 역으로 신선하게 도전해 높은 관심과 트렌드를 이끌어 냈다. 발상의 전환 역시 나영석 PD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1박2일’의 나영석 PD다”, “재밌는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이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아는 체하는 사람들에게 수줍은 미소로 답하는 나영석 PD는 지금까지는 성공한 PD다. 앞으로 그가 꿈꾸는 연출자로서의 바람은 무엇일까. “저는 분명히 행복한 PD입니다.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하든 행복하게 작업을 하고 싶어요. 요리에 관심이 많아 재밌는 요리 프로그램도 하고 싶어요.”

행복한 나영석 PD가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할지 기대되지만 우선 요즘 방송되는 ‘꽃보다 할배’의 전개와 진화가 더 관심거리다. 왜냐하면 재밌고 감동을 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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