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분리형 BW’]대주주는 ‘분리형’을 왜 좋아할까

입력 2013-08-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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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에 지분 늘릴 수 있고 편법 증여 수단 이용 가능

코스닥기업들은 주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선호해 왔다. 분리형BW는 사채(bond)와 워런트(신주인수권)를 따로 떼서 팔 수 있는 주식관련 사채다. 투자자에게 조기상환(풋옵션)과 워런트 등의 조건을 제공하는 대신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특히 코스닥기업들은 대주주가 헐값에 지분을 확보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돼 왔다. 투자자들은 리스크없이 이자와 워런트 매각 대금을 받을 수 있고 경영진은 싼 값에 지분을 늘릴 수 있다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편법적인 BW 발행도 등장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BW 발행 대금을 사용하지 않고 조기 상환하겠다는 질권 설정 후 워런트만을 되사오기 위해 BW를 발행하기도 했다. 워런트를 확보한 후에는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려 신주 행사 주식을 늘리는 편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과거 바이오 전문기업인 A사는 1년 동안 주가가 최고 10배 가까이 올랐다. 이 회사는 1년 전 B투자기관을 상대로 자사의 분리형 사모 BW를 팔았다.

A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는 B투자기관으로부터 프리미엄을 주고 신주인수권 일부를 되사면서 규모도 크게 불었다.

이후 다섯 차례 이상 행사가가 조정돼 불과 3개월 만에 최초 발행가보다 하락했다.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은 유무상증자, 주식배당, 행사가격 조정일마다 낮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 회사 주가는 각종 호재가 쏟아지면서 수직 상승했고 6개월간 5000원에서 1만원대 사이에서 움직였다.

A사의 최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보통주로 바꾼 것도 이때다. 주가가 1만원대로 올랐을 때 최대주주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직후 보유지분 중 일부를 매각해 큰 차익을 거뒀다.

또한 대주주가 분리형 BW를 사모로 발행한 뒤 제3자 배정 대상자의 워런트를 자녀들이 저가에 매입하도록 하면 지분을 증여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에 BW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워런트는 대주주나 그 가족에 넘기도록 계약을 맺는 편법이다.

이 경우 대주주의 자녀들은 제3자 배정 대상자에게서 워런트를 매입했기 때문에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면 C상장사가 발행한 20억원 규모의 BW를 인수한 D투자사가 워런트 전체를 대표이사의 아들에게 이론가보다 낮은 가격에 넘긴다면 대표이사의 아들은 손쉽게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분리형 BW가 대주주의 편법 증여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감독 당국이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한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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