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베트남 성장률 기대 이하… 인도네시아 등서 ‘임금인상’ 요구에 기업들 사업포기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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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지역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지난 1분기 엇갈리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필리핀은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80%, 태국은 5.30% 성장을 각각 기록해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6.02%)와 말레이시아(4.1%), 베트남(4.90%) 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놓았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도 그동안 고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던 동남아 주요국이 최근 임금인상 사태에 따른 경쟁력 약화에 흔들리고 있다. 미국와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와 출구전략을 놓고 통화가치가 출렁이는 것도 동남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내년 최저 인금인상 폭을 놓고 최근 노조 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인도네시아 노동자연맹(KSPI)과 전국 인도네시아 노조연합(KSPSI)을 비롯한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50%로 정하고 정부와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올해 초 최저임금을 44% 대폭 인상한 바 있다. 다른 동남아 국가의 사정도 비슷하다. 태국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 최저임금을 올렸으며 말레이시아는 올해 최저임금제를 도입한다.
기업들은 임금인상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마이클 완 크레디트스위스(CS) 이코노미스트는 “점점 더 많은 중소기업이 고비용 환경에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이런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자국 경제를 살리고자 양적완화를 실시한 것이 신흥시장에 ‘독’이 됐다.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갈 곳을 잃은 투자금이 동남아 시장으로 유입됐다. 그러나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출구전략을 실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통화가치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