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한상영관 없는 ‘제한상영가’

입력 2013-07-0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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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인 학생들이 영화를 보면 주제나 내용을 잘못 받아들일 위험이 있지만, 19세가 넘은 대한민국 성인이 ‘뫼비우스’의 주제와 의미를 위험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달 11일 김기덕 영화감독이 대표로 있는 김기덕필름이 영화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낸 호소문의 일부분이다. 이는 영등위가 지난달 1일 김기덕 감독의 최신작 ‘뫼비우스’의 제한상영가 등급을 매긴 것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이다.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영화의 한 등급인데 ‘왜 저렇게 강하게 반발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그에 맞는 조건을 갖춘 극장에서 상영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 조건을 갖춘 극장이 한 곳도 없다는 데 있다. 제한상영가는 사실상 상영 불가 처분이다.

제한상영관이 없는 이유는 이렇다. 제한상영관은 선전물 또는 광고가 상영관 밖에 보이는 것은 불법이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또 제한상영가 등급 이하의 영화는 상영할 수 없다. 홍보는커녕 자선 사업으로나 극장을 운영하라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한상영관을 운영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극장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뫼비우스’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이유는 직계 간 성관계와 성기 절단 장면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내용이 충격적이라는 점에서 일반 관객에게 노출하면 안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제한상영가 등급이 매겨지면 사실상 상영 불가라는 점은 영화인에게 더없이 가혹한 처사다.

지난 1일 상반기 영화 총관객 수가 1억명에 육박했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발표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연간 2억명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영화계는 보고 있다. 할리우드 제작사들도 한국을 미국과 중국 다음 시장으로 주목할 만큼 국내 영화산업은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영화가 자리할 수 있는 열린 영화계로 성장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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