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교육 통한 정보 교류… 회원국 간 상호발전 기회 마련
“중소기업 시대에 중소기업 관련 국제기구가 한국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최근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에서 조직한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ACSB)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의 소회는 남달랐다.
이번 정부 들어 중소기업이 성장의 또 다른 축으로 조명받고 있는 가운데 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협의회를 이끌게 됐다. 지난 2일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에서 김 교수를 만나 향후 ACSB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는 회장으로 재직하는 3년 동안 회원국의 중소기업 관련 정책, 연구, 교육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다른 국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여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회원국이 중소기업 정책을 개발하는 데 ACSB가 플랫폼 역할을 해보자는 것이 취지”라며 “특정 정책과 관련된 자료가 필요하다면 정책 포럼 등을 통해 회원국들이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교수, 정책 입안자 등 협의회 구성원들이 다양하다는 장점을 활용해 각국의 중소기업 정책을 연구·분석할 생각”이라며 “그 결과를 협의회를 통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아시아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국가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책·연구 분야와 더불어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해외 기업인들이 일본의 토요타를 방문해 기업가 정신을 배우는 것처럼 한국 기업의 성공 사례를 배울 수 있는 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ACSB창립총회 겸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ACSB의 첫 행사인 만큼 ACSB가 앞으로 추구할 방향을 전 세계 중소기업 관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 교수는 “미국 중소기업청장, OECD의 중소기업 책임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핵심 리더들이 많이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번 ACSB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하고 협력함으로써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新샌드위치’ 현상… ‘닫힌 국제화’ 버려야 = 김기찬 교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더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저비용 사이에서 ‘신 샌드위치’ 현상을 겪는 한국이 더 이상 내수시장만을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모방을 통해 성장했던 옛 방식은 접어두고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에 ACSB 회원국들의 중소기업 정책을 짚어보면서 국내 사례와 비교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중국의 경우 과거 생산기지 역할을 했다면 이제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만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타이완처럼 중소기업이 강한 국가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의 이론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싱가포르를 통해 좀 더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학자들과의 교류도 필요하다”며 “새로운 기회의 땅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시장의 성장성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한 글로벌 지수가 낮은 한국의 사고방식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국제화는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다. 한국의 글로벌화 지수는 100위권 수준인데, 이는 글로벌화 지수가 낮은 프랑스,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아직 국제화에 익숙지 않은 한국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한다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로마 천년 장수의 비결은 다른 도시국가들이 문을 만들 때 로마는 길을 닦았다는 것이다. 개방과 협력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한국은 아직까지 ‘닫힌 국제화’ 성향이 강하다”라며 “한국의 중소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개인적으로 ACSB에 참여하면서 희생하고 봉사하는 목표다”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