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가계부는 재정을 위협하는 빛 폭탄...기재부, 새누리에 보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한 105개의 지방공약을 이행하려면 무려 124조원이나 필요한 것으로 정부의 집계 결과 밝혀졌다.
여기에 정부가 공약가계부로 확정한 국정과제 140개를 실행하는 데 소요되는 재원 135조원을 합치면 259조원이란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공약 가계부’와 ‘지방공약 가계부’를 모두 실행할 경우 재정 건정성을 물론 파탄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했던 105개의 지방공약 이행을 위한 124조원 규모의 ‘박근혜 정부 지방공약 가계부’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계속사업이 40조원, 신규사업이 84조원으로, 이는 정부가 작년 대선 때 추계했던 80조원보다 44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다만 정부는 재정 부담이 커지는 만큼 상당부분을 민간투자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타당성 조사를 통해 수익성이 불투명한 경우 사업규모와 시기 등을 조절해 나가기로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방공약 가운데 계속 사업은 계속 할 것이고 신규 사업도 타당성 조사를 해서 우선순위별로 진행해야 한다”면서 “타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온 것은 수정해서라도 꼭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정부 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사업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던 춘천~속초를 연결하는 동서고속화철도 사업과 전남 여수~경남 남해를 연결하는 동서교류연륙교(가칭 한려대교) 사업 등의 추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은 기재부에서 이미 예산이 반영된 국가사업으로 절차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는 이유로 가계부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보고 자리에 참석한 당의 한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고된 내용은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 초안일 뿐”이라며 “전국 시·도별로 사업 축소 등의 불만이 당에서 제기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정부가 수정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다만 “124조원이라는 큰 숫자를 이제 와서 수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에서 제기한 문제를 정부가 고려해 수정한 안을 다시 최고위에 보고한 뒤 기재부의 최종 발표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35조원의 대선공약 이행자금도 부족한 마당에 이 돈이 다 어디서 나서 사업을 진행하겠느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며 재정악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음을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5월 공약 140개 실천을 위해 135조원의 재원마련계획을 담은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공약가계부)’을 발표했으나 지방공약 사업예산을 별도로 마련하겠다며 포함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재원조달 계획서인 공약가계부에 신규사업 없이 지방공약 이행 예산이 20조원만 반영됐다며 정부를 압박해 왔다.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정부 입장을 이해하지만 최대한 원안에 가깝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