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는 이튿날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손 전 부위원장은 기업법무세미나를 통해 기업내부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 부위원장의 지적은 대기업집단들이 늦기 전에 총수일가의 지분이 있는 회사 현황을 파악한 후 부당한 일감몰아주기에 해당될 사항이 있는지 점검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말로 들린다. 외양간은 괜찮을 때 고쳐야 비용을 덜 드는 법이다.
정무위 법안소위가 통과시킨 일감몰아주기 규제 개정안을 보면 현재의 기업실무 형태로는 법률을 피해갈 수가 없다. 우선 상당수의 대기업집단 실무자들은 정상가격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으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늪에 빠질 우려가 크다. 개정안은 정상적인 거래를 인정하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통상적 거래 상대방 선정과정에서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거치지 않은 ‘상당한 규모’의 거래도 제한하고 있다.
1980~1990년대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는 계열사를 위한 차별취급 형태로 이뤄졌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거래조건을 이용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현재는 규모의 거래를 통한 지원으로 바뀐 상황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거래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지 않더라도 규모의 거래를 통해 충분한 이익을 전이 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기업 계열의 SI(시스템 통합)업체들의 빠른 성장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정상가격 여부와 함께 내부거래 물량의 집중에 주안점을 두고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규모의 내부거래가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사익추구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하면 바로 철퇴를 맞을 수 있는 셈이다.
계열사간 거래가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정상가격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재계의 해명은 이젠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열분리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망을 빠져 나간다고 해도 일감몰아주기의 족쇄는 남는다. 올해부터 국세청이 대기업집단 총수의 친인척 기업에 대해 일감몰아주기에 따라 얻은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집단 총수의 친인척이 지배하고 있고 해당 대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받고 있는 일부 코스닥업체들도 적지 않은 부담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도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기업의 준법위험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 실무자들이 규제환경 변화를 직시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