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전말은 축협 직원이 실수로 부친의 통장에 입금할 100만원을 200만원으로 잘못 입금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상부에 보고하고 회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실수를 한 직원은 노모에게 전화를 걸어 병석에 누워 있는 부친 대신 100만원을 가져오라고 연락했다는 것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노모로부터 100만원을 회수해 자신의 실수를 덮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다. 마침 부친의 병세를 지켜보러 내려갔던 선배가 옆에 없었다면 유야무야 덮힐 사건이다. 농어민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야 할 축협이 서민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물론 고작 100만원밖에 안 되는 액수인데 하고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적발 사례를 살펴보면 단위농협 직원이 2006년 5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친분이 있는 고령 고객의 신분증과 인감을 도용해 예탁금 26억원을 빼돌려 명품 등을 사는 데 사용했다가 적발되는 등 농협중앙회 산하 단위조합들의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협중앙회는 최근 저조한 실적과 잇단 전산사고 등의 책임을 물어 부회장격인 전무이사 등 4명의 중앙회 임원을 전격 퇴진시켰다.
농협중앙회은 이번 경영진 교체에 연이은 사고에 대한 일벌백계로 조직을 쇄신하자는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농협 말단직원이 이해할 수 없는 금융사고를 냈다.
경영진 교체라는 특단의 조치에도 일선 직원들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단위조합의 복잡한 구조 아래 책임 소재조차 불분명한 것이 농협의 현실이다.
농협은 ‘준공무원 집단’과 같은 말단직원의 의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2년마다 재발하는 농협 전산사고와 직원 금융사고를 단순히 외부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일선직원의 의식과 내부의 개혁 정체가 너무나도 뿌리 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