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는 꿈에 나비가 됐다. 날아다니는 것이 좋아 장자 자신의 존재조차 잊었다. 꿈을 깬 후 현실의 장자가 진짜 자신인지 꿈속의 나비가 자신인지 알 수가 없었다.(‘장자’, 제물론 중) 유명한 호접몽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들은 장자의 제자가 물었다. “스승의 이야기는 실로 그럴 듯하지만, 크고 황당하여 현실세계에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학문에 대한 효용론은 비슷한 문제였나 보다.
지난 5월 8일 배재대 교무위원회는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인 한글 교육학과인 한국어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묵과 폐지라는 비판이 일었다. 즉각 총학생회와 대상학과 소속학생 등 1000여명이 반발했고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국사 또한 실용성이란 명분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업체 이투스청솔에 따르면 2005년부터 대입 수능시험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선정된 후 첫해 사회탐구 선택학생 중 46.9%가 선택하던 것이 2013년도 수능에서는 12.8%만이 선택했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다, 급기야 국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총 학생의 7.1%까지 떨어졌다.
두 사례는 실용적이지 못한 학문이라고 외면당하는 인문학의 위치를 보여준다. 인문학 경시 풍토가 낳은 참사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걸그룹 씨크릿의 리더 전효성은 초등학생조차도 알만한 ‘민주화’라는 단어의 뜻을 부적절하게 써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또 지난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5.18 북한군 개입설’ 등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무분별하게 전달한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했다.
인문학 수난시대에 장자의 답변이 와 닿는다. “너는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을 구분하지만, 너에게 쓸모 있는 땅은 지금 네발이 딛고 서 있는 발바닥 크기만큼의 땅이다. 그것 이외의 땅은 쓸모가 없다. 쓸모없는 부분을 다 없애 버린다면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겠는가.” 제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