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쌍용건설에 발목잡힌 금융권

입력 2013-05-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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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STX그룹과 쌍용건설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금리기조 장기화와 사회적 책임 증대 등 수익성 저하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STX와 쌍용건설 회생에 수조원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미 회생을 전제로 자금 투입이 시작된 만큼 중간에 발을 빼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정부는 STX와 쌍용건설이 무너질 경우 국가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감안해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어 진퇴양난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그룹 지원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열린 STX조선해양 추가 긴급지원 요청 설명회에서 나타난 채권단의 반발은 채권단의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STX그룹 지원에 채권단이 쏟아부은 자금은 올들어서만 1조9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STX조선해양에 6000억원을 지원했고, 이달 들어 STX에 3000억원, STX엔진·STX중공업에 1900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들어갈 돈이 천문학적이라는데 있다. STX그룹이 연명하기 위해 올해 추가 투입될 자금 규모는 2조4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은행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 합산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쌍용건설문제도 채권단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쌍용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과 워크아웃 개시 동의 여부를 지난 16일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일부 채권단에서는 워크아웃을 부결시키고 법정관리로 가자는 기류도 감지된다.

채권단은 이미 쌍용건설에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매입과 출자전환 등으로 3700억원을 지원했으며, 2400억원의 신규 해외 지급보증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 출자전환과 유동성 공급을 더하면 1조16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된다. 기존 채권 1조3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때문에 일부 채권단에서는 STX그룹과 쌍용건설 문제도 경제논리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목소리가 힘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STX와 쌍용건설 회생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채권단이 정부의지에 반하는 쪽으로 갈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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