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훈 시인·KDB산업은행 부장
‘와타나베 부인’과 친해지면 된다. 이 부인의 전공은 국가간의 환율차이를 이용한 환투자, 환투기가 그것이다. 와타나베 부인이란 일본의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중상층 주부 투자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현재 세계 각국이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다. 환율전쟁의 무기는 통화공급이다. 그 방법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중앙은행이 이를 인수하는 형식, 즉 정부가 돈을 빌려 민간에 풀어 내놓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통화의 양적 팽창을 2차에 걸쳐서 시행하였고 3차 팽창을 준비중에 있다. 일본 또한 무한정 통화공급을 선언하고 진행중이다. 통화팽창은 내수를 부추기는 한편 통화가치 절하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인근 국가에겐 그야말로 ‘독(毒)’이다.
국내 수출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엔달러 환율, 얼마나 더 오를까. 연초에 예상한 연말기준 100엔을 코웃음치며 이미 돌파하였다. 110엔 예상도 비웃는다. 연말 120엔 예상이 대세인 듯하다.
문제는 환율만이 아닌 것 같다. 이자를 더 주겠다고 하면 당장 거래은행을 바꾸듯, 국제 금융시장에도 소위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라는 개념이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높은 국가로 돈을 옮겨간다는 의미, 다시 말해 금리가 싼 곳에서 돈을 빌려 비싼 곳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량은 아니지만 상당량이 국내 시장에 들어왔단다. 이는 엔저를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단기자금으로 국내 자금시장을 교란하며 심하게는 금융위기를 촉발한다.
‘와타나베 부인’들이 금리차이만 기대하는 게 아니다. 어쩌면 환차익, 환투기를 노리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엔화 환율의 상승 추세가 거의 확실하고 일본의 주가가 오를 만큼 오른 지금 와타나베 부인들의 입맛이 어디로 향할지는 불문가지다. 벌써 20년 전부터 일본의 가정주부나 직장인들은 자국의 저금리를 이용하여 해외투자를 해왔다. 이들이 ‘와타나베 부인’의 원조다. 중국의 ‘왕씨 부인’도 이미 국내시장에 들어와 있단다. 같은 개념으로 미국의 ‘스미스 부인’, 유럽의 ‘소피아 부인’, 자랑스럽게 한국의 ‘김씨 부인도 있다. 어디를 가나 ‘부인’들은 역시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