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테라, TSMC와 파트너십 깨고 인텔로 생산 업체 바꿔
그동안 인텔의 고객은 아크로닉스·타불라 등 신흥 FPGA 업체가 중심이었지만 지난 3월 미국 대기업인 알테라와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해 업계에 파문을 던졌다.
알테라가 인텔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열쇠는‘FinFET(핀펫)’의 양산화 기술이다. 알테라는 지금까지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쌓아 왔다. 생산 위탁처를 분산시키고 있는 자이링크스와 달리 알테라는 거의 TSMC에만 의존해왔다. 이 때문에 14nm 세대에서 인텔을 파운드리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TSMC에게도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1~3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모리스 창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알테라의 결정은 매우 유감”이라며 “재무적인 차원의 영향은 적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철저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매출 감소 이상으로 이번 주문처 변경은 TSMC에 큰 타격이다. FPGA는 다른 반도체 디바이스에 비해 미세화 요구가 워낙 강해 항상 업계의 기술을 주도해왔다. 최첨단 투자를 계속해온 TSMC로서 대형 FPGA 업체의 수주를 놓친 것은 큰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진다.
알테라가 인텔을 새로운 파트너로 선정한 이유는 3차원 트랜지스터 ‘핀펫’의 양산화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로세스 로드맵 상 인텔은 TSMC보다 1년 이상 앞서 있고, 특히 핀펫은 2012년부터 22nm급에 이미 적용하고 있다. TSMC도 2015년 상반기부터 핀펫을 적용한 16nm 세대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한 시기에 TSMC의 핀펫이 실제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한편 알테라의 위탁처 변경은 이미지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알테라와 자이링크스는 라이벌 관계에 있고, 첨단 프로세스를 이용한 제품 투입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하루라도 빨리 14nm 세대를 투입하는 것이 라이벌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비결이다.
인텔 입장에서 파운드리 사업 참여는 최첨단 투자에 대한 리스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컴퓨터 시장의 부진으로 인텔의 프로세서 생산량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2년에 한 번 세대교체(미세화)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데,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텔도 1~3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인텔의 우위성을 발휘할 수 있고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제품에 한정한다”라며 모바일용 반도체에서 주류인 ARM 베이스 프로세서 생산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대로라면 파운드리 분야에서 인텔이 수년 안에 TSMC의 진정한 경쟁사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는 자이링크스의 태도에 주목이 쏠린다. 알테라가 14nm 세대 FPGA를 양산하는 시기는 이르면 2015년 초로 예상, 양사의 라이벌 관계를 고려하면 자이링크스도 같은 시기에 1Xnm 세대 투입을 검토하고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처럼 TSMC를 활용할 것인지, 알테라처럼 인텔을 선택할지는 FPGA업계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FPGA
이미 설계된 하드웨어를 반도체로 생산하기 직전 최종적으로 하드웨어의 동작 및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제작하는 중간 개발물 형태의 집적회로(IC).
※FinFET(핀펫)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 구조를 누설전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3차원 입체구조로 만드는 기술이다. 3차원 입체구조에 적용되는 게이트 모양이 물고기 지느러미와 비슷해 핀펫으로 불린다.
◇산교타임즈 기사는 이투데이와의 제휴 협약에 의해 게재한 것으로 무단 복제·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