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감독·코치 말은 ‘법’… 가혹행위 당해도 선수들 속앓이만

입력 2013-05-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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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스포츠 지도자상, 실업팀 선수중 28% 폭행 피해… 신체접촉·성폭행도 10명 중 1명

▲아직까지 스포츠 일부 현장에서 성폭력을 비롯한 폭행이 뿌리 뽑히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도자에게 피해를 당하는 선수들은 경기 출전, 학교 진학 등 불이익을 당할까 봐 혼자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2010년 봄 새 학기를 맞은 캠퍼스에 한 체육대학 축구부 소속 학생이 타 학교 축구부와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감독은 미드필더를 담당하고 있는 이 선수에게 작전 지시를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팀은 패했다. 감독은 경기 후 운동장에 모든 선수를 집합시킨 후 이 선수의 뺨을 수차례 가격했다. 감독의 폭력에 선수는 말없이 뒷짐을 지고 있었고, 동료 선수들은 그저 땅만 쳐다 볼 뿐이었다. 현재 이 대학을 졸업한 김형진(26·가명)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시절”이라고 전했다. 그에게 대학 4년은 지우고 싶은 과거에 불과하다.

#프로골퍼 지망생 윤지민(16·가명)양은 자신을 가르쳐주는 아카데미 코치 때문에 연습장에 나가기가 꺼려졌다. 스윙법을 가르친다며 뒤에서 그를 감싸안는가 하면, 노골적으로 성적 희롱을 일삼는 코치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말했다. 윤양은 “연습하러 나가면 코치가 ‘너는 가슴으로 프로 테스트 봤으면 벌써 붙었겠다’며 웃더라. 그때는 너무 치욕스러워 부모님께 말하고 코치를 바꿀까도 생각했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부모님이 속상해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배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아직까지 스포츠 일부 현장에서는 폭행, 성폭력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도자와 선수 사이의 폭행, 성폭력 등과 관련된 문제는 과거부터 훈련이나 지도의 일부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도자에게 자칫 잘못 보이기라도 하면 경기 출전, 학교 진학 등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선수들은 혼자서 속앓이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에 의뢰해 학교와 실업팀 선수 총 10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28.6%가 폭력 등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운동선수 10명 가운데 3명이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하는 것으로 스포츠 폭력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성희롱과 신체 접촉이 자행된 성폭행 피해 경험도 10명 가운데 1명꼴로 나타나 성적 문제를 둘러싼 심각성도 제기됐다.

전체 성폭력 피해율은 9.5%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유형이 성희롱이었고 성폭행 비율도 1.2%나 됐다. 초등학생도 9.8%가 성폭력를 당했고, 그중 1.3%는 성폭행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줬다.

선수들에게 폭력을 가장 많이 행사하는 사람은 감독과 코치 등 지도자였다. 폭행 가해자의 64%가 코치, 11.4%가 감독이었다. 과반이 훌쩍 넘는 수치다. 성낙훈 용인대 체육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28개의 메달을 따면서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했지만 폭행, 성폭력 등은 아직까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행스럽게도 국가가 나서 예방책과 대책을 마련하는 등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초 꾸준하게 피해 선수 데이터를 구축해 보호·지원 강화, 폭력 예방 활동 강화 등 스포츠 폭력 근절을 위한 3대 방향과 10대 세부 과제를 내놓았다. 성 교수는 “문화부가 국가 차원에서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피해 선수 보호·지원 강화, 투명한 처리 시스템 구축,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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