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중 칼럼]우리 아이가 달라졌듯, 북한도 변해야 한다

입력 2013-05-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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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논설실장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나쁜 버릇을 가진 어린아이들을 올바른 태도로 바꿔 나간다는 내용으로, 최근 대북 관계에 있어 시사하는 바 크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게 이뤄지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숨 넘어갈 듯 악다구니를 쓰며 울어 재낀다. 부모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달래지지 않자 단지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만다. 심지어 어머니와 할머니를 마구 때리고, 형제들을 못살게 하는 등 차마 어린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의 온갖 망나니짓도 서슴지 않는다. 떼를 써야 원하는 바가 이뤄지니 아이들의 행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TV를 보던 기자조차 울화통이 터질 정도이니, 당사자인 부모들의 심경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견디다 못한 부모가 방송사에 요청을 하게 되고, 유아교육 전문가가 진단을 한 후 해결방안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이처럼 나쁜 버릇이 든 가장 큰 책임은 잘못을 했을 때 따끔하게 꾸짖지 않은 부모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손주라고 무턱대고 받아주는 조부모와 외조부모들에게도 잘못이 있다.

또 야단을 칠 때는 시선을 마주하고 어린이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실제로 이 같은 방법으로 한두 차례 아이들을 훈육하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아이들의 태도와 말이 달라진다.

북한의 요즘 행태를 보면 나쁜 버릇이 있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것과 같은 교정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그동안 벼랑 끝 외교전략을 펼치며 국제사회의 문제아가 됐다.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북한의 응석을 끝까지 받아줘야 한다는 우리 내부의 일부 의견과 딱히 제재할 수 없는 한계 상태에서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온 우리 정부에 일차적인 잘못이 있다. 여기에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권 교대로 북한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을 잃은 미국은 물론 양비론으로 대처해 온 국제사회도 공동책임은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중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중국의 북한 감싸기는 6·25 전쟁 때 개입했다는 이념적 동지의식 때문일 수도 있고, 최근 강화되고 있는 동북공정의 일환일 수도 있다. 그러나 3대째 세습하며 투정이 심해지는 북한을 보면 비판받을 만하다.

중국의 태도가 최근 변한 것은 바람직하다. 더 이상 북한 방식을 방치해서는 통제가 안 되겠다는 뒤늦은 자성일 것이다.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 최근 서울에서 열린 ‘21세기 전략적 사고와 신정부 외교비전’ 국제회의에서 한 발언은 요즘 중국 지도층의 속내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단 한국은 북한과 최소한의 ‘부정적 신뢰’(negative trust)를 쌓아가는 것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이 북 도발 시 보복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면서 (이와 관련된) 의지와 결정을 북한에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잘못에 대해 원칙적이고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우리 정부의 북한에 대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최악의 경우 남북 간 마지막 연결고리인 개성공단을 포기하더라도 북한의 무원칙하고 막무가내식 트집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내부에서 정부가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철수 과정에서 북한에 대해 촉박한 일정을 제시했다느니, 어떤 경우라도 대화를 계속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의도도 의심스럽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나쁜 버릇을 가진 아이들의 경우처럼 더 나쁜 행동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제 북한이 변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모두 북한의 최고책임자가 50년 동안 사업권을 보장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한 민간기업의 재산을 일방적으로 몰수하고, 개성공단도 폐쇄 직전 상황으로 내모는 방식으로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우리 정부와 미국, 국제사회도 북한에 믿음을 줘야 한다. 한·중 양국이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은 시기적절하다. 그러나 어떤 협상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북한의 핵 보유가 인정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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