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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아이리스2’의 한 장면이다. 마치 실제로 이런 사건이 벌어진다면 사회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북한의 군사 위협 속에 이번 드라마 ‘아이리스2’가 새롭게 눈길을 끌고 있다. 핵테러 위협 속에 갈등을 빚는 북한과 남한의 대립, 그리고 세계적인 테러집단 아이리스간의 첩보전쟁을 그린 점에서 현실과 일부는 닮아있는 듯 하다.
다만 드라마는 각국 정부와 정부기관들에 바이러스처럼 침투해 있는 미지의 집단 아이리스가 한반도를 위기에 빠뜨리기 위해 남북 사이에 음모를 꾸미지만, 현실에선 북한의 일방적인 위협만이 존재할 뿐이다.
드라마에서 북측 호위총괄직으로 출연중인 이범수는 북한 요원들과 함께 남한 국가안전국 NSS를 침투, 정보를 빼내기 위해 여러차례 해킹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정유건(장혁 분), 지수연(이다해 분), 서현우(윤두준 분) 등이 이들의 음모를 막기 위해 나서지만 쉽지만은 않다.
북한은 결국 외부에서 NSS를 해킹하기란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내부에서 첩자를 이용, 서버 침입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처럼 막상 드라마 속 정부 기관은 외부망의 해킹 등 침입에 철저함을 과시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발생한 주요 방송·금융사 전산망을 마비시킨 ‘3.20 사이버테러’가 북한 정찰총국 소행으로 결론났다.
정부는 10일 ‘3.20 사이버테러’ 중간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번 해킹사건은 지난 ‘7.7DDoS 사건’, ‘농협 해킹 사건’, ‘중앙일보 전산망 파괴 사건’ 등과 유사한 점들을 발견했다며 북한 소행으로 잠정 결론냈다.
특히 해킹 경로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북한 IP 주소를 확보,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8개월전 해당 피해기관의 PC에 악성코드를 심어놓은 뒤 정해놓은 일시에 공격을 활성화한 지능형지속공격(APT)으로 드러났다.
치밀하게 준비된 사이버공격에 우리 기관들은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당한 것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실시간으로 해킹 사실을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가 다수 있다면 이같은 상황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편 정부는 11일 국가정보원장이 주관하고 국무조정실 및 기재부·미래부·국방부·안행부·금융위 등 15개 부처 차관급이 참석하는 ‘국가사이버안전 전략회의’를 개최, ‘3.20 사이버테러’ 후속 조치와 사이버안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국가 핵심 정보통신 시설을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 확대하고 기반시설 인터넷망 분리제도 시행 및 핵심 보안기술·제품의 전략적 육성 등 국가 사이버안전 체계를 강화하는 대책시행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사이버테러 대응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정비키로 했다.
과연 향후 ‘아이리스2’ 속 주인공들처럼 우리 정부도 이번 대책을 통해 북측의 사이버테러에 적극 대응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