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 리콜규모 집계 못하나 안하나 - 최재혁 산업부 기자

입력 2013-04-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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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리콜 규모 집계에 늦장을 부리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리콜 규모만 명확히 했을 뿐 다른 지역의 리콜 규모를 내놓지 않고 있다. “리콜을 해야하는지, 무상수리만 하면 되는지 각 지역의 관련 법규를 해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일 미국에서 리콜을 발표하면서 ‘자발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리콜은 전세계적으로 실시하며 후속 조처를 빠르게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났다. 그런데 여전히 캐나다, 유럽, 중국 등 다른 지역의 법규만 붙잡고 있다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해당 지역에서 결함이 있는 차량이 몇 대가 팔렸는지 모를리가 없다. 현대기아차가 첫 발표 뒤에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는 의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겉으로는 ‘자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속으로는 실제 규모가 밝혀지길 꺼려한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어느 국가에서 몇 만대 리콜’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한 것을 놓고도 현대기아차는 “출처를 알 수 없다. 아직 파악 중이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숨길수록 의심은 커질 뿐이다. 최근에는 중국 등에서 현대기아차의 리콜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말이 사실이 아니어도 누굴 탓할 일이 아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후속 발표를 하지 못한 회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리콜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빠지는 것을 염려했다. 소비자의 염려가 과하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충분히 설명하면 된다. 파장이 커지는 걸 뒤켠에서 노심초사 기다리기만 하면 뒤늦은 대책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경영은 신뢰가 바탕이다. 믿고 살 수 있는 신뢰, 믿고 탈 수 있는 신뢰가 현대기아차 성장의 기반이다. 자발적이라고 강조하면서 리콜 규모 파악에 주저하는 태도는 정 회장의 경영 방침과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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