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권사 울리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김경아 시장부 기자

입력 2013-04-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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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도 안 좋은데 새로 시작하려는 사업마다 정치권이 발목을 잡으니…”

최근 만난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국회 때문에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증권사들이 그동안 야심차게 구축한 아웃도어세일즈(ODS) 영업이 국회가 발의한 법안으로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문제의 법안은 지난달 11일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법안 11조 1항이다. 이 조항에서는 ‘투자성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은 영업소, 지점 및 그 밖의 사업장 내 투자성 상품 구역을 지정하고 그 구역 외의 장소에서 투자성 상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다.

법안대로라면 증권사들이 태블릿PC 등을 들고 고객이 있는 사무실이나 집 등을 방문해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판매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관련 사업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직원 교육에 나섰던 증권사 입장에선 큰 암초를 만난 셈이다.

아웃도어세일즈 영업은 신규 고객을 발굴하려는 증권사의 영업 의지에도, 신정부 전자영업 활성화 방안인 페이퍼 리스(Paperless) 움직임과도 맥을 같이하고, 투자자 편의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한쪽 면만 보고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증권사의 신사업 진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대형 증권사들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한국형 투자은행(IB)의 꿈도 사실상 국회에 계류된 자본시장법 때문에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국형 IB(투자은행) 육성을 위해 대형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해 기업대출 관련 업무 등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브로커리지 영업에만 의존했던 증권사들이 기업의 돈줄 역할을 해 시장을 살리는 것은 물론, 신사업 개척 면에서도 의의가 있는 증권업계 숙원사업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이 무관심을 보인 사이에 한국형 IB 육성의 꿈은 사라지고 레드오션인 국내시장에서 힘겨운 생존게임에만 매달리게 됐다.

증권업계도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업계를 살리기 위한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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