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여전한 독립성 논란… 외부 추천제가 해답

입력 2013-03-2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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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땐 책임 물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을

금융권의 사외이사 제도는 도입 15년이 지났지만 독립성 논란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기존 사외이사가 서로 추천해 재선임을 돕는 현재의 관행 대신 외부 사외이사 추천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 외환은행이 이사회를 열어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에 기부금 257억원을 출연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윤용로 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물론 사외이사 8명 가운데 이사회에 참석한 7명 모두 이 안건에 찬성했다. 이는 은행이 대주주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으로 신용공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은행법 35조 2의 8항을 어긴 것으로 유석해권이 내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외환은행은 논란이 되자 급히 임시이사회를 열어 출연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가 금융권 사외이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금융권 어느 회사도 ‘거수기 사외이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KB금융이 지난해 12월 5일과 18일 이사회를 열어 ING생명 인수안을 상정했지만 찬성 5표, 반대 5표, 보류(기권) 2표로 ‘부결’된 것은 반대의 경우다. 반대표를 던진 5명은 모두 사외이사들로 이사회가 제시했던 것보다 인수 가격이 1500억원 이상 떨어졌는 데도 사외이사들은 끝까지 반대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여력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로 친(親)정부 사외이사들이 반대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해외 사외이사 제도는 우리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사회이사는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이사(disinterested executive director)’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경쟁사 최고경영자가 상대방 기업 사외이사로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행 법률상 자산 2조원 이상 회사는 사외이사가 과반수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결정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진이 ‘편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데려오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데려오다 보니 전문성도 떨어진다. 유럽의 대형 은행들은 10년 이상 금융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금융 전문가를 최소 3분의 1 정도 배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4명 가운데 10년 이상 금융회사 재직 경험이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문성이 결여된 사외이사들이 회사 경영진을 감시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외부의 사외이사 추천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사외이사들이 서로 추천해 연임하는 관행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최근 은행이나 금융지주 노조가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해 국민은행 노조는 KB금융 지분 0.91%를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사측에 사외이사 추천을 위한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신한은행 노조도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 노조와 힘을 모아 신한지주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하려는 계획을 세운 바 있지만 이들 노조의 노력은 모두 현실화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제도의 외부 추천 방식을 도입하고 선임과 평가, 책임 부문에서 변화를 줘야 한다고 제언한다. 사외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주대표 소송이나 이중대표 소송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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