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은 계륵이 아니다 - 박선현 시장부 기자

입력 2013-03-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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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기금운용에 대한 지적을 넘어 이번엔 ‘전면 폐지’다. 한국 납세자연맹을 중심으로 폐지 서명 운동이 확산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섰다. 사태가 심각하다.

그렇다면 폐지론자들의 주장처럼 국민연금은 계륵에 불과할까. 결론은 ‘절대 아니다’이다. 연금은 크게 공적연금(국민연금)과 사적연금(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나뉜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퇴직연금 가입률은 9%, 개인연금 가입률은 32%에 불과하다. 부모는 자식을 책임지고, 자식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한국사회에서 재앙으로까지 여겨지는 ‘장수 리스크’를 절실히 공감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가치하락 속에서 ‘장판 밑에 깔아둔 통장, 하나밖에 없는 내집’으로는 안정된 노후를 보장 받을 수 없다.

불안감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베이비부머’가 첫번째 희생양이다. 최근 5060세대 42%가 은퇴빈곤층(부부가 월 94만원 이하로 생활해야 하는 가정)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추가 소득원을 구하지 않는 이상 국민의 절반이 ‘빈손’으로 노후를 맞이해야한다는 얘기다. 한국의 연금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문제는 이같은 문제점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은 사적연금 비중이 확대되기 전까지 국민의 최저 노후생활을 보장해 주는 ‘마지막 안전판’이다.

따라서 지금은 국민연금 폐지에 힘쓰기 보다 사적연금 가입을 독려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업계는 창의적인 상품개발에 힘쓰고 학계는 사적연금의 중요성을 전파해야한다. 정부는 다양한 세제혜택을 통해 국민들의 연금 가입을 독려해야한다.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국민연금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갈택이어(竭澤而魚)’란 말이있다. 눈 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먼 장래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25조원 운용수익을 올렸다. 무작정 폐지 운운보다는 운용수익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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