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부담하는 ‘선택진료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환자단체들을 중심으로 대국민 청원 운동에 나서는 등 연간 1조원 규모에 달하는 선택진료 급여화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의 표적항암치료제와 검사 등 필수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 우선 적용키로 하고 쟁점이 돼 왔던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현행과 같이 환자 부담으로 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환자단체와 전문가들은 필수 의료적 비급여를 해결한다고 해도 환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인 선택진료비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환자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택진료란 환자가 선호하는 특정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는 대신 건강보험 수가의 20~100%에 달하는 비용을 추가 부담하는 진료를 말한다.
비급여는 병원이 가격을 임의로 정할 수 있지만 선택진료비는 건강보험 급여 행위를 기반으로 가산을 주는 제도다. 이에 따라 선택진료를 폐지하고 건강보험 급여 체계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009년 말 기준 선택진료비 규모는 1조1113억원에 달하며 선택진료 의료기관의 총 진료비 17조1339억원의 6.5%를 차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비 실태조사(2006~2010)에 따르면 선택진료비가 전체 비급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1%로 단연 1위다.
선택진료제는 1960년대 국립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의 상대적 저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실시됐던 ‘특진제도’가 이름이 바뀌면서 ‘낮은 수가에 대한 보전책’으로 40년이 넘도록 지속돼 온 것이다.
수술을 하는 대학병원 교수들 10명 중 9명은 선택진료 의사로 사실상 ‘선택권’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또 저수가에 대한 보전을 환자들 주머니에서 할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수가 구조하에서 비용 보상을 정당화시키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는 “환자들은 선택진료를 하면 종합병원에서 오래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선택진료를 해도 검사에 1달, 수술까지 3~4달 소요되는 건 다르지 않다”면서 “치료에 대한 인력이나 재료가 추가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데 검사 한 번에 50~100% 가산을 받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계는 선택진료제가 폐지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특정병원, 특정의사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자단체는 선택진료제가 현존하는 지금도 여전히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있고 특정의사에 대한 쏠림은 존재하므로 선택진료가 없어져도 의료전달체계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 반박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환자 90% 이상이 선택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면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서 “선택 없는 선택진료를 줄이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평가해 보상을 차등화 하는 등 인센티브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권리팀장은 “선택진료는 건강보험 급여 원리에 맞지 않고 선택권이 전혀 작동하지 않으므로 폐지하는 것이 맞다”면서 “어떻게 단계적으로 급여권에 포괄시킬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과 연구는 이미 많이 진행돼 있으며 충분히 국민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