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잔인한 봄']애널리스트, 증시의 꽃이라지만… 업황부진에 힘겨운 스토브리그

입력 2013-02-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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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말부터 연봉협상 힘겨루기 시작… 작년 실적 악화에 불안

▲지난해 증권사들이 극도의 부진을 겪으면서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틀이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좌불안석하고 있다.

‘증시의 꽃’ 애널리스트들이 업황 부진에 따른 십자 포화를 맞으며 힘겨운 ‘스토브리그’를 겪을 전망이다.

‘스토브리그’(Stove league)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겨울철 선수 영입을 위해 난로 앞에 모여 앉아 연봉 협상을 한 데서 유래된 명칭이다. 증권가 대표 선수격인 애널리스트들도 이르면 2월 말부터 3월까지 계약을 위한 본격적인 힘 겨루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거래대금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증권사들이 극도의 부진을 겪은 터라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들도 좌불안석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이 리서치센터의 주고객인 법인영업을 대거 축소한 상황이어서 칼바람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국계에 근무하고 있는 한 애널리스트는 “연봉과 대우를 낮춰서라도 국내 증권사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 역시 “영업 환경이 점점 나빠지다 보니 리서치센터가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라며 “결국 수익구조에 맞게 빠르게 진화하는 센터와 뒤떨어지는 센터 간 격차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헤드는 이미 줄 교체

올 들어 리서치 부문의 두드러진 특징은 중소형 증권사 센터장들이 연이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TB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20일 박희운 센터장 후임으로 정용택 매크로팀장을 신임 리서치센터장으로 선임했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조병문 리서치센터장이 올 초 신사업추진위로 보직이 변경되면서 현재 변준호 기업분석 1팀장이 직무대행 중이다.

토러스투자증권 이원선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은 퀀트(계량분석)업종 베스트 여성 애널리스트다. 2011년 10월 증권업계 내 두 번째 여성 리서치센터장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2월 영입한 하정헌 센터장이 해외부문 대표로 이동하면서, 황상연 전 센터장이 1년 만에 리서치센터로 복귀했다. 2008년부터 4년간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를 이끈 황상연 센터장은 화학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명성이 높았다. 지난해 초 법인영업 본부장으로 발령 났다가 친정으로 컴백한 셈이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통상 연봉 협상이 마무리 되는 3월 말을 앞두고 벌써부터 리서치헤드의 줄 교체가 빈번한 것은 사측의 조직쇄신 차원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리서치센터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전망했다.

◇“돈 되는 분석에 올인” FICC·IB 관련 리서치 강화

최근엔 주식영업 위축으로 전통형 기업분석형 리서치가 위축 중인 반면, 고객의 수요에 맞춘 리서치센터의 변화도 진행 중이다. 증권사가 강화에 나서고 있는 리서치 분야는 FICC(금리·통화·원자재)와 특화 중소기업 발굴을 내건 투자은행(IB) 부문 등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초 FICC본부 산하에 ‘채권전략팀’을 신설했다. FICC 본부의 운용 자산이 증가하다 보니 운용을 보다 효율화하고 분석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동부증권 출신의 황광숙 이사와 동양증권 교보자산운용 등을 거친 환율 전문가 금성원 부장 등 5명을 영입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 1월 업계 최초로 조직개편에서 FICC 리서치센터를 신설했다. 마켓팀, 크레딧팀, 리서치지원팀 등 총 3개의 부서로 구성된 FICC 리서치센터는 주식 외의 파생과 외환, 금리 등을 전담 분석한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송재학 FICC 리서치 센터장을 비롯한 총 16명의 FICC 리서치 인력 외에 추후 21명까지 인원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리서치 헤드를 맞은 KTB투자증권도 주식영업 중심 리서치에서 혁신, 성장기업, 바이오 기술 등을 집중 발굴하기 위해 리서치본부를 개편했다.

투자전략과 기업분석으로 나누는 전통적인 업무 분장 방식과 달리 코어비즈와 이노비즈로 개편한 것이다.

한 대형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리서치센터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리서치 센터를 효율화하는 한편, 돈이 되는 분야에 대한 리서치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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