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MOF(재무부)지고 EPB(경제기획원) 뜨다’

입력 2013-02-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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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경제 두 축 모두 옛 기획원 출신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경제정책의 주축을 이루며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이 박근혜 정부 새 경제팀의 주축으로 떠올라 화려하게 부활했다.

옛 경제기획원(EPB)과 재무부(MOF) 출신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정책 사령탑을 교대로 맡아왔다. 박근혜 새 정부에서 기획원 출신이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으면서 5년 만에 재무부 출신을 밀어내고 다시 사령탑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손발을 맞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조원동 조세연구원장을 내정했다. 현 내정자는 행시 14회로 조 내정자(행시 23회)보다 9회 선배로 둘 다 EPB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때 MOF 출신이 전성기를 구가해 새 정부에서는 진작부터 EPB 출신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획원 출신과 재무부 출신 간 정책 주도권 잡기 경쟁은 과거 김영삼 정부가 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치면서 시작됐다.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 경제부처는 재무부와 상공부의 경쟁을 기획원이 중재하는 삼두마차 형상이었으나, 기획원과 재무부가 합치면서 거대 부처가 탄생했다.

한울타리 속에서 두 부처 출신들의 경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모피아(재무부의 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불리는 재무부 출신 관리들은 기획원 출신과 달리 선후배 간 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반면 기획원 출신들은 개방적이고 개인의 창의를 바탕으로 한 조직보다는 개인주의가 우세하다.

김영삼 정부 출범 후 한이헌, 김인호 등 기획원 출신들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아 사실상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그러나 임기말 닥친 외환위기의 여파로 김대중 정부 들어서는 이헌재, 임창렬, 정덕구 등 재무부 출신들이 힘을 받았다. 당시에도 강봉균, 진념 등 기획원 출신들이 경제팀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 등장한 노무현 정부에서는 기획원 출신들이 대거 기용됐다. 특징적인 것은 기획원 출신 중 기획라인이 아닌 예산통이 실세로 등장한 점이다. 한덕수·권오규 부총리가 기획원 기획라인 출신이지만 박봉흠 전 비서실장,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장병완 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 기획원 예산실 출신들이 청와대와 경제부처 요직을 사실상 독식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무부 출신인 윤증현·강만수·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실세로 부상하는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두 부처 출신들이 교대로 권력을 잡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원 출신은 박병원 전 경제수석과 김대기 정책실장 정도다.

이에 대해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참여정부에서 기획원 출신 자원들을 너무 많이 기용하는 바람에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용할 만한 자원이 부족했다”고 할 정도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에서는 국가의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업무 조정 능력이 뛰어난 기획원 출신들이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온화하면서도 조직 전체를 조율하면서 소신 있게 일처리를 하는 스타일이라면 조원동 경제수석 내정자는 창의적이고 경제정책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내정자는 현 내정자와 기획재정부에서 같이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어 최적의 조합이라는 것이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둘 다 거시정책통인 데다 선후배들에게 신망이 깊어 환상의 조합이 될 것”이라며 “현 내정자는 온화하면서도 한번 정한 일은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고 조 내정자는 적극적이고 할 말은 꼭 하는 스타일이라 서로 보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오석-조원동의 새 정부 경제팀이 재정 여건을 감안한 경기부양 카드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존 위기관리 경제정책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경제 부흥을 위한 ‘확장적 거시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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