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거래세' 다시 추진될지 관심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 vs “톱니바퀴에 모래 뿌리는 격”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파생상품거래세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질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세 형평성과 세수 확보 차원에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정치권과 거래세 부과로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업계의 반대가 팽팽히 맞물려 제도 도입에는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여야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 처리를 차기로 유보했다. 선물거래에 0.001%, 옵션에 0.01%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된 증권거래세법 일부 개정안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과정에서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매기는 대신 매매 차익에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는 미실현 이득에 과세하는 파생상품거래세보다는 차라리 자본이득세 도입이 낫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한 관계자는 “파생상품시장의 위축은 현물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파생상품 거래시장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의 경우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가 효율적이고 유동성이 풍부한 파생시장을 통해 위험을 헤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장내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하지만 이는 단순히 거래량을 비교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파생시장에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조세증대보다는 유동성 부족으로 시장이 위축되고 국제적인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효율성 측면에서 봤을 때 세금이 없는 것이 가장 좋지만 세금을 굳이 매겨야 한다면 파생상품 특성상 거래세보다는 차라리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은 기름칠을 잘해 잘 굴러가는 톱니바퀴에 모래를 뿌리는 격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거래세 도입 여전히 오리무중 = 파생상품거래세와 자본이득세 등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현재 조세위에 계류 중인 사안으로 파생상품거래세는 본격적인 논의조차 시작된 적이 없다”며 “세법 개정안은 연말에 예산과 함께 심의에 들어가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어느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8대에서도 파생상품거래세 통과를 목전에 두고 부산 민심을 의식해 엎은 것처럼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현재로서는 추측하기 어렵다”며 “다만 새 정부의 입장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정책통으로 꼽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최고위원은 18대 국회에서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을 발안한 주인공이다.
이 최고위원 측은 이미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주식 등 다른 금융상품과의 과세 형평성을 도모하고 파생상품시장의 단기 과열을 막기 위해 파생상품거래세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자본이득세 부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 측은 “자본이득 과세가 바람직하지만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여건 미비로 주식, 증권 등 다른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자본이득 과세를 하지 못하고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따라서 주식 등 다른 금융상품에 부과하지 않고 있는 자본이득세를 파생상품에만 부과하기는 어렵다. 우선 거래세 틀안에서 형평성을 먼저 이루고 거래세 틀 자체를 자본이득 과세로 전환해 나가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세위 소속 다른 관계자 역시 “현재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자본이득세보다는 파생상품거래세 부과에 대한 재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본이득세를 즉시 도입하기보다는 파생상품거래세를 우선 도입하는 것이 순서적으로도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