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50% 가까이 가격 치솟아… 지난해 주택매매 규모 사상 최대치
부동산 버블 억제는 시진핑 시대에도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이 부동산 버블 붕괴로 장기 침체에 빠지는 등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을 목격한 중국으로서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경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국 로이즈뱅킹그룹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가격은 지난 10년간 50% 가까이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면 내집 장만이 어려운 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등 사회 안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베이징 사범대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 주택구입 가구의 약 32%가 월 소득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 대출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버블 불안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 2010년 4월부터 주택 두채 이상 보유자의 추가 매입 제한, 계약금 비율 상향, 부동산 보유세 시범 도입 등 과열 억제 정책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7.9%로 2년 만에 반등하는 등 경기회복과 함께 부동산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소우펀홀딩스는 지난해 12월 중국 100대 도시 평균 주택가격이 전월 대비 0.23% 상승한 ㎡당 9715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00대 도시 주택가격은 전월 대비로 7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했다.
전년과 비교해서는 0.03% 올랐다. 100대 도시 주택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한 것은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중국 정부의 집계도 부동산 경기가 다시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현지시간) 지난달 중국 70개 대도시 중 54곳의 신규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1년 4월의 56곳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많은 도시의 집값이 상승한 것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주택 매매액은 총 5조4000억 위안(약 918조원)으로 전년보다 11% 늘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차이나반케는 지난해 주택매매가 업계 사상 최대 수준인 1412억 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에버그란데 부동산그룹은 올해 매매 목표치를 1000억 위안으로 지난해보다 25% 높여 잡았다.
두진쑹 크레디트스위스(CS)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금융통화 정책을 완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이미 시작됐다”면서 “정부는 다음 단계로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타오 UBS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시장이 과열됐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주택가격이 앞으로 수개월 동안 더 빠른 상승세를 보인다면 정부가 버블 우려에 지금보다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UBS는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부동산 판매가 전년보다 10~20% 늘고 가격은 최대 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도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칠 기미를 보이자 현재의 과열 억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중국 주택도시농촌개발부는 지난달 말 성명에서 “정부는 2013년에도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광저우사회여론연구센터가 지난해 10월 중국 전역 주민 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3%의 응답자가 주택가격이 ‘비싸다’거나 ‘비교적 비싸다’라고 답했다.
중국 정부는 서민용 임대주택인 보장방을 2011~2015년의 12차 5개년 개발계획 기간에 3600만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저렴한 주택을 대량 공급해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서민들은 보장방이 교외에 건설돼 출·퇴근하기가 어렵고 여전히 수요가 많아 들어가기가 힘들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시진핑 당 총서기와 리커창 차기 총리 등 중국의 새 지도부는 도시화와 소비 위주로 경제모델 전환, 금융산업 개방 등 수많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부동산 버블 문제가 다시 불거진다면 이런 개혁 추진에 지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