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13년 뉴 블루슈머’ 선정
통계를 관찰하면 돈이 보인다. 날씨가 추워졌다는 통계 속에는 늘어난 보온용품 수요가 숨어 있다. 자전거 보유가 늘었다는 통계에서도 관련용품과 서비스의 수요 증가를 발견할 수 있다. 통계속에는 ‘블루슈머(Blue Ocean+Consumer, 새로운 시장의 소비자)’가 담겨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있어 국가통계는 신뢰도 높은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다.
통계청은 지난 몇 년간 발표된 각 분야의 국가통계를 분석을 통해 기업·마케터·정부가 주목해야 할 ‘2013년 뉴 슬루슈머’를 선정, 28일 발표했다. 통계청이 제시한 뉴 블루슈머 유형은 △기후 양극화를 대비하는 사람들 △관객에서 선수로 △은퇴한 부유층 △글로벌 미식가 △유통단계를 뛰어넘는 소비자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 사람들 △페달족 등 7가지다.
올 겨울은 춥다. 기상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전국 평균 기온은 영하 1.7도다. 기상자료 수집이 시작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두터운 패딩점퍼는 온 국민의 필수 복장이 됐다. 무릎담요와 같은 전통적 보온용품 외에 USB장갑, USB발난로 등 등 사무실 방한용품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자동차 눈길용품도 매출이 부쩍 늘었다.
여름철에는 폭염과 폭우가 관련 시장을 바꿨다. 2011년 강남이 침수됐을 때 물이 전혀 고이지 않은 주차장이 화제가 됐다. 빗물 유입을 막아주는 ‘차수판’ 덕이었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는 신축건물에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존 건축물에도 권장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차수판 산업과 건물방수업의 고속성장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기후변화는 사람들의 문화와 레저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열대야로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심야영화나 심야연극 등의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해충이 늘면서 약 18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해충퇴치 시장도 줄곧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얼음정수기, 얼음조끼, 얼음방석, 휴대용 냉방기기 등 여름철 상품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를 보면 여가활동 방법으로 문화예술 관람을 한다는 응답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데 반해 스포츠 참여활동을 한다는 응답은 2008년 8.6%에서 2010년 20.5%로 2배 이상 늘었다. 체육활동에 투자하는 비용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조사를 보면 2006년 체육활동에 사용하는 월 평균비용이 2만5300원인 반면 2010년에는 3만4394원으로 뛰었다.
높은 스마트폰 중독률을 나타내는 통계에도 블루슈머가 숨어있다고 통계청은 말한다. 인체의 독소를 제거해 건강을 찾는 ‘디톡스 요법’을 디지털 분야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것. 여행객이 체크인하면서 디지털 기기를 반납하거나 사용하지 않기로 하면 숙박료를 할인해주는 여행상품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인구구조 통계 속에도 소비시장이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하면 은퇴후 여유롭게 생활할 경제적 여력이 있는 은퇴빈곤층은 8만4000가구다. 평균 자산은 15억7000만원이다. 은퇴부유층은 자녀의 출가로 부양의무에서도 벗어나 여유로운 노후생활이 가능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마케팅 서비스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통계청은 기타외국음식업점의 증가를 들어 태국,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요리를 원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고 조언한다. 또 소매점 숫자가 감소하고 있는 통계를 들어 유통단계를 뛰어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아울러 가정의 자전거 보유대수가 늘어난 통계에서 관련 산업이나 서비스의 뉴 블루슈머가 증가하고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