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의 3선 의원. 권영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11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친박(親朴·친박근혜) 핵심인사의 한 사람이다. 새누리당 대선 선대위에서는 종합상황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한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대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한 그는 “쉬는 시간을 갖겠다”며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직 의원이 아닌 데다 박 당선인의 신뢰도 큰 편이어서 청와대 행이 높게 점쳐지는 등 복귀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많다.
◇검사 지낸 3선 중진… 빠른 판단력으로 대선 선거전 진두지휘= 권 전 의원은 배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마쳤다. 사법고시 25회로 법조계에 입문한 그는 수원·춘천지검 검사, 독일연방 법무부 파견검사, 서울지방검찰청 부부장 검사를 거쳐 변호사로 개업해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다 2002년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16대 영등포구을 국회의원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해 17, 18대 내리 당선됐다.
당에서는 서울시장 공천심사위원장, 서울시당위원장, 최고위원, 사무총장 등 굵직한 당직을 역임했다. 권 전 의원은 지난해 4월 19대 총선 때는 사무총장을 맡아 주요 인사 영입과 공천, 선거전 등을 진두지휘하며 153석으로 압승을 거두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정작 본인은 ‘낙선’의 쓴 잔을 마셔야만 했다. 이후 박 후보의 신임을 업고 박근혜 경선캠프에서 핵심 보직을 맡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친박 내부의 강한 견제에 밀려 입성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휴식기도 잠시. 5개여월 만에 그는 박 당선인의 부름을 받았다. 18대 대선 선대위의 실무를 총괄,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히는 종합상황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며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당시 그는 종합상황실장 발탁 배경에 대해 “원외 출신이었기에 대선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박 당선인의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빠르고 균형 잡힌 정무 판단으로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전략기획통으로 활약하며, 박근혜 ‘퀸 메이커’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권 실장은 대선 야전사령탑으로서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매일매일 발생하는 상황은 물론 주와 월 단위의 선거 전략과 메시지를 기획, 점검해 박 후보에게 보고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토론 소식을 듣고 곧바로 대응 TV토론 전략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대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후보들 간 치열한 ‘프레임(구도짜기) 전쟁’과 네거티브 공방 과정에서 판세를 정확히 짚어내며 전략을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 ‘민생 대통령’이라는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상을 뒷받침하는 각종 논리와 전략 개발도 그의 중요한 임무였다. 대선 기간 동안 그는 “민생 살리기에 집중하는 게 박 후보의 필승 전략”이라며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안정적이고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한데, 그 적임자가 바로 박 후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겠다”는 점을 늘 강조했다.
◇朴 신임 두터운 신흥 친박… 원외 출신 대통령실장 1순위 = 권 전 의원은 원조 친박계는 아니다. 중도개혁 성향의 3선 중진 의원인 그는 당내 합리적 쇄신을 상징했다. 검찰 출신으로 2007년 경선 때도 중립을 지켰다. 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박 당선인과 급속도로 가까워진 계기는 지난 2011년 5월 박 당선인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는 유창한 영어실력과 유머감각, 합리적인 개혁 성향으로 박 당선인의 신임을 얻었다.
특히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 당선인이 지난 4·11총선에서 사실상 선거 사령탑인 사무총장을 그에게 맡긴 게 두 사람 간 신뢰를 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박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된 그는 냉철하고 꼼꼼한 업무 처리로 박 당선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조직개편이 임박하면서 권 전 의원은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 유정복 의원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내각 참여 또는 청와대 행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장 자리는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인사가 기용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박 당선인의 복심(腹心)으로 정무 감각을 갖춘 중량감 있는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 인선과 달리 비서실에 최측근 인사들을 포진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비서실도 내각과 달리 ‘친박계 실세’라고 불리는 최측근들을 기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검사 출신으로 국정원 파견 근무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새 정부의 국정원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지역구 의원이 대통령실장에 임명되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관례가 이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현역 의원을 배제했을 경우, 원외 출신인 권영세 전 의원의 인선이 부담이 덜하다는 측면에선 1순위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