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 뭐 하는 사람일까? FD는 플로워디렉터(Floor Director)라고 해서 연출(PD)과 조연출(AD) 이전 단계의 방송 인력을 일컫는다. 이론적으로야 현장 감각을 익히는 수강생 정도로 해석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없어서는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FD를 PD로 가는 과정으로 여기지 않고 따로 떼 전문분야로 키워나가기도 한다. 그 사례를 MBC ‘무한도전’이 만들었다. 연차와 나이가 올라가면서 PD가 되는 게 아닌 First FD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경력을 쌓은 일부 FD는 PD보다 수입이 많기도 하다.
고동완(30) FD는 지난해 12월 FD를 떼고 이제 막 프리랜서 PD가 됐다. ‘런닝맨’ 간판 FD로 2년 동안 활약해 온 터에 FD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는 짐작에 그를 만났다. 인터뷰 하루 전날 녹화를 했고, 인터뷰가 있던 날은 편집과 시사가 있었다. 녹화를 막 끝낸 그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빛까지 피곤에 담보 잡히지는 않은 모습이다.
“예전에는 ‘런닝맨’ FD가 두 명이었거든요. 요즘에는 세 명이어서 일이 많이 수월해졌어요. 하지만 특정 장소에 한정돼 녹화를 하던 이전과 달리 요즘은 돌아다니면서 하잖아요. 그 만큼 일 분량은 늘었죠.”
케이블 채널에서 조연출로 2년, ‘런닝맨’에서 FD로 2년… 그렇게 총 4년의 경력을 쌓은 뒤 프리랜서 PD가 됐다는 그는 편집에 투입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성과를 얻은 듯 뿌듯해 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입봉이라는 것을 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 연출자였기 때문에 그에 맞게 학과를 선택해서 공부해왔어요. 대학교 3학 년 때 선배를 통해서 방송 현장 일을 시작하게 됐고, 잠시 휴학을 하면서 현장 감각을 익혔죠. 이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졸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FD일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궁극적으로는 내 이름을 내 건 프로그램 몇 편 만드는 게 목표죠. 적어도 마흔 살까지는 방송 현장에서 프로그램 만들면서 땀 흘리고 싶어요.”
FD 취업 또한 방송국의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인맥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 PD와 같이 방송사 공채가 아닌 촬영 현장 경력으로 PD가 되려면 가능한 빨리 시작하는 게 왕도다. FD라는 직업이 사실상 거기에 머무르는 게 아닌, PD로 가기 위한 과정인 탓이다.
“저를 비롯해서 방송에 노출되는 예능 FD들이 많아서 그런지 FD가 꿈이라는 청소년들이 생겨난 것 같아요. 하지만 FD는 궁극의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되요. 모든 FD가 TV에 출연하지 않아요. 대부분의 FD들은 촬영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사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일일이 챙겨야 해요. 혹자는 허드렛일이라고 할 정도로 FD의 일은 많습니다. 환상을 가지면 안되요. 특히 연예들과 친하게 지낼 것이라는 환상은 버리세요. 절대 금물입니다. 연예인도 동료 스태프일 뿐이에요.”
밤샘 촬영이 일쑤인 프로그램 녹화 현장에 가장 먼저 나가야 하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는 FD의 노동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나?”라는 질문에 좀처럼 대답을 하지 못한다. 한참 말을 고르던 그는 “‘런닝맨’을 예로 들면, 월요일 새벽까지 녹화를 한 후에 화요일 오전 10시쯤부터 편집을 위해서 방송국에 나와요. 편집과 시사를 마치면 밤이 되고, 수요일 오전 10시부터는 다음 녹화 준비에 돌입하죠. 보통 목요일부터는 집에 들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아예 짐을 싸가지고 나와요. 일주일에 쉬는 날은…하루도 없다고 봐야죠.”라고 답했다. 단순히 노동 강도의 문제가 아닌, 시간의 문제 또한 FD에게는 시련인 듯 보였다.
“많이들 그만두는 이유죠. 일은 참 재미있고 보람되는데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 때도 일해야 하니까. 그에 비해 수입은 턱 없이 적잖아요. 어느 순간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죠. 그런 정신적인 문제를 극복한 후 PD 입봉을 하면 수입도 좋아지고, 쉬는 날도 생겨요.”
방송가 스태프들의 주머니 사정이야 뻔하다. 톱스타들의 출연료 독식으로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는 점점 열악해져간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지만 FD의 수입은 또 어느 정도일까를 가늠해보고자 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기자의 한숨에 FD의 대답은 의연하다.
“쉬는 날 없이, 하루가 24시간인지 30시간인지 모르게 일 하지만 PD 입봉 전까지는 보통 100만원 대 초반의 수입을 얻는데 그쳐요.”
후배들의 수입을 얘기하면서 개탄하던 정년을 앞둔 한 스태프의 한숨과 대조적으로 그는 담담하게 수입을 밝힌다. 그리고 덧붙인 그것은 열정이었다.
“지금은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바쳐서 일할 수 있고, 그 일로 경력을 쌓을 수 있고, 그로 인해서 나중에 더 좋은 수입과 보람으로 보상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기대로 일 합니다.”